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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이제는 자동차도 OS? 자율주행 시대에 주목받는 자동차 운영체제

10년 전만 해도 자동차는 기계였습니다. 그동안 자동차에는 여러 디지털 기술이 들어왔고, 엔진 대신 모터와 배터리로 주행하게 되면서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란 표현도 어색하지 않게 되었죠. 또한 기술 발전은 이동 수단이었던 자동차의 의미도 바꿔 놓았습니다.

크루즈 컨트롤로 시작된 운전 보조 기능들은 이제 상당한 수준의 자율주행으로 발전했습니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소프트웨어는 주변 상황을 파악해 주행해야 하고 탑승자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이나 서비스도 제공해야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자동차 OS입니다.


소프트웨어 비용이 자동차 원가의 절반?

자동차의 OS 혹은 소프트웨어는 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2017년을 기준으로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의료기기(40.9%)보다 높고, 휴대전화(54.3%)보다는 약간 낮은 52.4% 수준입니다. 자동차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의 절반 이상이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것들인 셈이죠.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는 자동차의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고 컨트롤하는 데 필요한 ECU(Electric Control Unit)의 개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 ECU별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능이 많아질수록 복잡해지고 ECU의 연산 능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죠. 

실제로 많은 기능이 들어 있는 차량의 ECU 개수는 70~100여 개 이상이며, 이 정도의 ECU를 컨트롤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코드의 길이는 1억 라인(줄) 이상입니다. 또한 자율주행 차량은 3억 라인 이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소프트웨어가 복잡해지면 사고 발생이나 고장의 확률과 함께 해킹의 가능성도 같이 높아집니다.


애플과 구글, 인포테인먼트의 양대 산맥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차 소프트웨어는 몇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차량의 구동 및 자율주행과 관련된 전장 영역과 편의장치와 콘텐츠 소비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영역, 차량 외부와 연결되는 통신과 서비스 영역, 마지막으로 개발과 검증에 관련된 영역입니다.

아마 이 중에서 여러분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역시 인포테인먼트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일 것입니다. 이미 국내에 출시되는 대다수의 차량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스마트폰을 차량의 디스플레이에 연결해 스마트폰의 여러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미러링 소프트웨어입니다. 

▲ 인포테인먼트 영역의 대표적인 카소프트웨어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출처: 애플, 구글)

구글과 애플이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완전 자율주행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미리 시작해 사용자가 익숙해지면 그만큼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애플과 구글은 40개가 넘는 자동차 회사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운전자와 차량의 데이터를 받고 있습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모두 2014년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둘 중 하나만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많은 차량이 두 가지를 함께 지원하죠.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 OS에서처럼 지향하는 바가 조금 다릅니다.

구글은 많은 개발자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지난해 구글은 IoT 기기에 적합한 임베디드(PC 이외의 장비에 사용하는 칩) 시스템은 물론이고 PC나 스마트폰까지 확장 가능한 모바일 OS인 푸시아를 내놨습니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어느 제조사든 사용할 수 있고, 자동차는 물론 인터넷 연결 기능이 있는 다양한 기기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제니비(GENIVI) 플랫폼 소개 영상 (출처: 제니비 연합 유튜브)

물론 애플과 구글만 뛰어든 것은 아닙니다. BMW와 인텔, 윈드리버는 2009년 제니비(GENIVI)란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이 연합에는 반도체를 만드는 프리스케일과 자동차용 프로세서를 만드는 엔비디아, 빔프로젝터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TI도 참여하고 있죠.

이 플랫폼 역시 소스 코드의 80%는 오픈소스, 나머지는 직접 만든 코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80%의 오픈소스는 리눅스 기반입니다. 물론 이 리눅스 진영도 자체적으로 AGL(Automotive Grade Linux) 컨소시엄을 만들었습니다. 150개 이상의 회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가장 큰 회사는 토요타였습니다. 토요타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인 캠리에 AGL 플랫폼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안전과 직결되는 소프트웨어

자동차는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안에는 사람이 타기 때문에 모든 요소의 안정성이 중요합니다. 앞서 소개한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덜 중요한 분야죠. 문제가 생기더라도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반면 차량의 구동과 자율주행과 관련된 전장 영역은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자동차의 움직임과 관련된 부분이니 빠른 속도로 연산을 끝내고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실시간 운영체제(RTOS, Real Time Operating System)라 부르고 있습니다. 자동차 구동에 필요한 엔진이나 모터, 브레이크, 변속기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와 함께 안전과 주행보조장치(ADAS)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도 ROTS에 속합니다.


블랙베리 QNX


블랙베리 QNX 소개 영상 (출처: 블랙베리 QNX 유튜브)

이 RTOS 분야의 오랜 강자는 블랙베리의 QNX입니다. 블랙베리는 2010년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QNX를 인수했습니다. 초기에는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GM, 아우디, 피아트-크라이슬러, 포드 등 세계 45개 이상의 자동차 회사의 수많은 모델에 탑재되었죠.

현재는 240개 모델에 1억 2,000만 대 이상의 차량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과 연관이 깊은 주행보조장치인 ADAS에도 이들의 기술이 들어갑니다. 이제는 클라우드에 연결해 진단하고 분석하는 기능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VW.OS

▲폭스바겐 사에서 개발 중인 VW.OS.는 2025년부터 차량에 탑재 예정이다 (출처: 폭스바겐)

계열사의 다양한 모델을 중심으로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바로 폭스바겐 아우디 그룹입니다.

이미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 여러 차량에 적용하는 모듈형 플랫폼의 원조인 만큼,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최근 카.소프트웨어(Car.Software)란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여러 차종에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VW.OS 운영체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고 아우디의 새 전기차에 첫 번째로 적용할 예정입니다. 또한 2025년부터는 모든 차량에 이 운영체제가 탑재됩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개발자 1만 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화웨이 자율주행 시스템

이 분야에서 중국의 화웨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와 함께 하드웨어와 시스템까지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율주행과 주차를 위한 라이다(LiDAR)와 자율주행 제어 시스템을 개발했고, 지난해에는 스마트카 솔루션사업부를 출범했습니다. 

▲ 화웨이의 소프트웨어 시스템 (출처: 화웨이)

이후 18개의 자동차 기업과 모바일 서비스 협력을 맺는 ‘5G 자동차 생태계 시스템'을 발표하고 7월에는 중국의 비야디가 만든 한(Han) 시리즈 차량에 자신들의 5G 기술을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사람과 자동차, 집을 연결하는 인터넷 서비스인 하이카(HiCar)도 공개했습니다.


현대자동차 ccOS

완벽한 자율주행을 위해 자동차는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야 합니다. 자동차와 자동차가 통신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시스템 자체의 안정성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자동차가 집안의 사물과 연결되기도 하죠. 연결이란 부분에 착안해 현대자동차는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를 개발 중입니다. 이미 전담 연구 조직을 만들어 기본적인 설계까지 완료되었고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 커넥티비티 기술을 통해 자동차 자체가 생활이 되는 '카 투 라이프'를 위해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출처: 현대자동차)


미래의 자동차는 바퀴 달린 소프트웨어

지금까지 자동차 소프트웨어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기존에 자동차의 안정성과 편의성을 위해 다양한 기능과 소프트웨어가 설치되던 것에서 이제 자동차는 움직이는 소프트웨어가 되어 가는 상황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기능이 들어가고,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인공지능까지 들어갈 테니까요. 우리가 영상이나 이미지로 봤던, 거실에 앉아 있는 것처럼 이동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참고 자료

▲애플(https://www.apple.com)

▲구글(https://play.google.com/)

▲폭스바겐(https://www.volkswagenag.com/)

▲현대자동차(https://www.hyunda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