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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스마트폰 사업도 잘 되는데…IT 공룡들은 왜 자율주행차를 개발할까?

“애플이 자동차를 만든다고요?”

연초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애플의 자율 주행 전기차 개발 소식. 국내외 증시를 일시 혼란 상태에 빠뜨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가 협력 파트너로 거론됐지만, 일제히 협력설을 공식 부인하며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2017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출시 계획’을 언급한 바 있는 팀 쿡 (출처: 애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카 논란은 여전합니다. 애플이 오래전부터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염두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팀 쿡은 한 인터뷰에서 “자율 주행 시스템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애플의 새로운 먹거리는 모빌리티 시장에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 드러낸 것이죠.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며 일각에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입니다. 애플이 사업 모델 전환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과감한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죠. 발톱을 드러낸 것은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합작 회사를 설립한 LG (출처: LG)

한때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불린 LG전자. 이들은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모바일 사업 정리를 검토 중입니다.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만큼, 사업 존폐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들은 모빌리티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전기차 부품 합작사 설립을 시작으로 커넥티드 카 핵심 부품 개발에 나서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꼭 모바일이어야 할 필요가 있나요?

자동차 메이커 간의 경쟁이 치열한데 모바일 중심의 IT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베리의 성공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일명 ‘오바마 폰’으로 불리며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한 블랙베리 (출처: 로이터)

블랙베리는 아이폰 이전에 스마트폰 대중화를 주도한 브랜드입니다. 그러나 개발 경쟁에 뒤처지며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죠. 결국, 2016년 자체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키로 결정했습니다. 승산 없는 싸움을 지속하는 대신, 이들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택했습니다. 하만 인터내셔널로부터 운영체제 ‘QNX’를 인수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전 세계 1억 7500만 대 차량에 QNX를 탑재하게 됐죠. 대부분의 차량이 해당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큼 블랙베리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사업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CES 2020에서 첫 선을 보인 소니의 전기차 모델 ‘비전 S’ (출처: 소니)

소니 역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궜습니다. 올 초, 첫 전기차 모델 ‘비전 S’의 프로토타입 주행 영상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드러냈습니다. 해당 전기차는 2단계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소니의 주력 제품 라인업을 떠올리면 상당히 놀랄 만한 일입니다.

 

오스트리아 공공도로에서 주행 테스트를 마친 비전 S (출처: 소니 유튜브)

차량 출시일을 묻는 질문에 이들은 양산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지난 10년의 트렌드가 모바일이었다면 다음 메가트렌드는 모빌리티’라고 언급하며 언제든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누구나 전기차를 만드는 시대! 

이렇듯 다수의 IT 기업이 탈 모바일을 선언했습니다. 모두 약속한 것처럼 같은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 퇴출에 따라 자동차 동력원이 전기로 바뀌며 IT 기업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비교해 기술의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엔진, 변속기의 복잡한 조립 공정이 기술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내연 기관과 달리 부품 구성이 간단하고 조립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는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전자 장비의 안정적 구동과 통신이 가능합니다. 자율 주행 등 첨단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전자 장비의 활용은 필수적인데요. 이로 인해 여러 장비를 중앙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경쟁력이 소프트웨어 기술로 판가름 나는 만큼 해당 분야의 노하우를 축적한 IT 기업이라면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죠.

 

합종연횡에서 찾은 가능성

그러나 애플과 바이두 등 글로벌 IT 기업이 차량을 단독 개발하지 않는 점은 의문이 남는데요. 테슬라의 사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뛰어난 OS로 업계 1위를 차지한 테슬라는 고질적인 품질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브랜드 설립 기간이 짧은 탓에 생산 능력과 제품 품질에 악평이 쏟아졌죠. 테슬라 오너 사이에서도 ‘테슬라는 뽑기 운’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차량 양산 경험이 전무한 IT 기업이 단독 개발을 주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존 메이커와 협력은 단기간에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IT 기업의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를 모두가 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 메이커가 IT 기업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의 경우, IT 기업과의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전기차는 미래 먹거리로 집약된 산업입니다. 어느 기업이든 잃을 수 없는 사업 분야인 셈이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IT 기업과 기존 메이커의 고민은 깊어져만 갑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합종연횡(合從連衡)을 꾀하며 업종을 가리지 않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단독으로 기술 개발이 힘들다면, 동맹을 맺어 산업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경쟁과 협력의 기로에 선 두 업계. 과연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무엇이 신의 한 수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이들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참고자료

소니 (https://www.sony.net/SonyInfo/vis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