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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BTS 자동차 주세요!” 아이돌이 자동차 광고하는 이유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K-pop 아이돌 스타. 이들이 입고 쓰고 먹는 모든 것이 화제가 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제품이라도 ‘아이돌템’ 꼬리표가 붙는 순간, 품절되기 일쑤죠. 이 경우, 팬심이 구매로 이어진 경우도 많아, 팬덤 규모만큼 매출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는데요. 이에 많은 기업이 아이돌 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있습니다.

 

광고계 불문율 깨뜨린 아이돌 신화

 

신형 'S90'의 홍보 대사로 손흥민 선수를 기용한 볼보 (출처: 볼보)

단, 모든 브랜드가 아이돌 스타를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광고에서 화제성만큼 중요시하는 것이 ‘이미지’입니다.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소비재나 금융권 광고는 브랜드 신뢰감,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화려하고 통통 튀는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이죠. 모델의 그림자에 제품이 가려지는 것 역시 피해야 합니다. 따라서 자동차 광고는 모델 선정 방식이 무척 까다롭고 보수적인데요. 이에 자동차 광고는 기성 배우나 스포츠 스타를 우선으로 고려합니다. 

그런데 최근 광고계 불문율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보수적인 자동차 광고에 아이돌 스타가 전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죠. 

레드벨벳 슬기가 메인 모델로 기용된 폭스바겐 ‘티록(T-Roc)’ 광고 (출처: 폭스바겐) 

폭스바겐의 신형 티록(T-Roc)의 광고 모델은 레드벨벳의 슬기입니다. 그녀의 모습은 황금 시간대의 TV 광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차종이 다르기는 하지만 폭스바겐의 기존 광고모델이 배우 유지태와 소지섭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색다른 시도임이 분명합니다.

아이돌 스타와 다양한 협업을 펼친 기아자동차 ‘쏘울(SOUL)’ (출처: 기아자동차)

기아 자동차 역시 활발한 아이돌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ITZY의 뮤직비디오에 ‘쏘울(SOUL) 부스터'를 대량 협찬해 노출하는 한편, 자사의 글로벌 브랜드 모델로 블랙 핑크를 기용해 북미투어 콘서트 전 일정을 지원하고 한정판 쇼카를 선보이기도 했죠. 

2018년부터 방탄소년단과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8년부터 방탄소년단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팰리세이드부터 넥쏘, 아이오닉까지 다양한 차종의 홍보대사로 기용하고 브랜드 음원 출시와 글로벌 수소 캠페인 진행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브랜드 비전을 전하고 있습니다. 

 

MZ 세대를 겨냥한 유스(Youth) 마케팅


그렇다면, 아이돌 스타가 자동차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는 달라진 아이돌의 위상과 관련 있습니다.

K-pop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해외 시장에 진출한 아이돌이 늘어났습니다. 이들의 폭넓은 인지도는 해외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죠. 글로벌 마켓을 타깃으로 한 자동차 모델이라면, 국내외 모두 인기가 많은 아이돌 스타를 고르는 게 합리적입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방탄소년단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코로나 19로 북미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지만 팰리세이드 모델은 전년 동기 56.1% 증가한 7,883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수소전기차 '넥쏘' 역시 방탄소년단을 만난 후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18년 727대에 그쳤던 판매량이 2020년 5,786대로 껑충 뛰어올랐죠. 그 결과, 출시 2년 7개월 만인 지난해 7월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하게 됐는데요. 경쟁 모델인 도요타 미라이(MIRAI)가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달성하는데 약 4년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무척 빠른 속도입니다.

고관여 제품인 자동차 구매에는 여러 요소가 고려되지만, 핫한 아이돌 모델이 브랜드 평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해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20대 중심의 ‘코로나 운전족’이 증가한 것도 여러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의 차량 신규 등록은 11만 6,456대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습니다. 이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3040대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대중교통 이용 시 감염 우려 등의 이유로 차량을 신규 구매한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MZ세대의 소비 성향입니다.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소비로 자신의 개성을 표출합니다. 아이돌 스타의 밝고 건강하며 트렌디한 이미지는 MZ세대를 자극하기 충분하죠.

또 일부는 아이돌에게 자신을 투영하기도 합니다. 팬들이 아이돌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맥락에는 자신이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되기도 합니다. 이에 아이돌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이들의 성공에 보상 심리를 느끼는 팬도 적지 않은데요. 따라서 아이돌이 광고하는 제품에 호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아이돌 광고는 글로벌 시장과 MZ세대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 결론에 도달합니다. 자동차 광고계의 아이돌 스타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