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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직전에서 단골 우승 강팀이 된 안양한라 아이스하키단 비하인드 스토리

빙상 위에서 스틱으로 퍽을 쳐서 골을 넣는 스포츠, 바로 아이스하키입니다. 아이스하키는 특유의 격렬함과 스피드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그런데 IMF 당시 한국 아이스하키가 고사 위기에 처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아이스하키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로 재탄생한 배경에는 바로 '이 회사'가 있었습니다.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안양한라 임직원에게 직접 들어봅니다.


안양한라 아이스하키팀과의 인연

한국 아이스하키 명문 팀으로 꼽히는 안양한라는 1994년 창단해 지난해 2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구단주인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의 2020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 헌액이 이슈가 되기도 했죠. 

오늘 한라그룹 포스트에서는 안양한라와 영광의 순간들을 함께한 고병희 프로와 원영하 프로를 만났습니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양한라 아이스하키단에서 선수단 장비 지원 및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고병희 프로입니다. 학창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로 한라에서 활동했는데요. 선수생활을 마치고 군 제대 후 만도에서 근무하다가 2016년에 안양한라로 오게 되었습니다. -고병희 프로”

“2014년부터 안양한라 아이스하키단 근무를 시작한 원영하 프로입니다. 시즌 훈련일정 수립, 외국인 선수 및 가족 국내 체류 지원, 구단 홍보 활동 등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입사한 날부터 다섯 번 연속 패배하는 바람에 저 스스로 불운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요. 운이 좋게도 하키단과 함께한 여섯 시즌 동안 네 번의 챔피언 등극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원영하 프로”

▲ 2019-2020 시즌 안양한라 선수와 팀원들의 모습(이미지 출처: 안양한라 공식 홈페이지)

Q. 두 분 모두 스포츠 선수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릴 때 괜히 유니폼이 멋져 보여서 야구부를 꿈꿨는데요. 학교 야구부가 해체되어 방황하던 중에 아이스하키부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반대하셨지만 '스케이트라도 배우면 그게 어디야'라는 생각에 결국 아이스하키를 하게 됐죠. 이후에는 군 복무 전까지 안양한라에서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고병희 프로"

"초등학생 때부터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야구부에 들어갔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청룡기 전국대회 개막전 선발투수로 출전해 난타를 당하고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는데요. 당시 MBC에서 중계방송까지 나간 터라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했습니다. 가까스로 대학에 진학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4학년 때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은 이후 야구선수 대신 스포츠 분야에서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원영하 프로"



안양한라가 바꾼 한국 아이스하키의 풍경

한라그룹이 아이스하키팀 창단을 고민하던 1992년만 해도 한국은 아이스하키의 불모지였습니다. 많은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소망이 실업팀 창단일 정도였죠. 한라그룹은 인프라 구축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아이스하키야말로 지원이 필요한 종목이라고 판단해 '만도 위니아 아이스하키팀(현재의 안양한라)'을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Q. 안양한라 창단 이후 어떤 점들이 달라졌나요?

"이전에는 실업팀이 없어서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은 그대로 경력이 단절된 채 은퇴해야 했습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계속 팀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죠. 또, 동원드림스나 현대오일뱅커스와 같이 다른 그룹에서 아이스하키단을 창단한 큰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고병희 프로"

"2018년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 25명의 선수 가운데 한라 소속이거나, 한라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는 총 19명이나 되었습니다. ‘꿈의 무대’라는 2018 IIHF 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에도 한라 출신 선수가 25명의 로스터(Roster, 스포츠에서 팀의 멤버 리스트를 의미) 중 19명이나 됐죠. ‘한라가 없었다면 한국 아이스하키의 오늘은 없었다’는 표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음을 확인한 순간입니다. -원영하 프로"

▲ 2019-2020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안양한라 선수들의 모습(이미지 출처: 안양한라 공식 홈페이지)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쳤을 당시, 실업 아이스하키팀 4곳 중 한라를 제외한 3곳이 팀을 해체했습니다. 당시 정몽원 회장님도 한라 팀 해체를 고민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팀이 위기에 몰리자 선수들이 이 악물고 우승을 해내는 바람에, 어려운 시기에 아이스하키팀을 통해 큰 희망과 기쁨을 얻었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위기를 벗어난 이후 안양한라는 2003년 일본과 손을 잡고 국가연합리그인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창설을 주도하며 아이스하키의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2003년 11월 일본에서 열린 2003-2004 아시아리그 정규리그 첫 경기에서는 고쿠도에 1-11로 참패하며 현격한 수준 차를 실감했는데요.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며 '20년이 걸려도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던 일본 아이스하키의 벽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원영하 프로"

Q. 안양한라 아이스하키팀이 세운 특별한 기록이 궁금합니다

“국내 최초 기록은 이번 2019-2020 시즌을 포함해 아시아리그에서 6번의 우승을 해낸 것입니다. 이전에 하이원팀은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으니 대단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죠. -고병희 프로”

“2016-2017 시즌 플레이오프 파이널 시리즈에서 상대 팀의 끝내기 자책골로 우승을 확정 지었는데요. 아마 세계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스하키의 연장전은 골든골 방식으로 어느 팀이 먼저 득점하면 경기가 종료됩니다. 연장 2분 57초, 김기성 선수가 동료 선수에게 패스한 퍽이 사할린 디펜스의 스케이트 날에 맞고 굴절되어 골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스하키 특성상 자책골이라고 공식 기록되지는 않지만, 영상을 보신다면 황당한 골이라고 공감하실 겁니다. -원영하 프로”

 
▲ 2016-2017 아시아리그 챔피언 결정전 안양한라VS사할린 경기 영상 (출처: 안양한라 공식 유튜브)

2020년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안양한라

창단 26년을 맞이한 안양한라에 2020년은 새로운 변혁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9-2020 정규시즌 공동 우승 소식은 물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종 예선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Q. 최근 안양한라를 춤추게 한 빅뉴스가 있었다면서요?

"안양한라 아이스하키팀이 2019-2020 시즌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안양한라는 일본 오지 이글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2승 1패로 승리하고 2년 만에 파이널 시리즈에 올랐는데요. 코로나 19로 인해 파이널 시리즈가 취소되면서, 저희 안양한라와 사할린이 공동 우승팀이 됐습니다. -고병희 프로"

"파이널이 취소된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번 아시아리그에서 안양한라는 정규시즌 2위로 정상급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안양한라 김기성과 신상훈 선수가 나란히 22골을 기록하며 2019-2020 시즌 득점왕에 올랐고요. 김상욱 선수는 어시스트(골이 들어가는 과정까지의 도움) 1위와 베스트 포워드에 선정되기도 했죠. 2020-2021 시즌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기다려 주신 팬들께 최고의 감동을 선사할 겁니다. -원영하 프로"

 
▲ 안양한라 25주년 기념 영상

Q. 2020년 한국 아이스하키에서 주목해야 할 경기가 있을까요?

"올해 8월 27일부터 노르웨이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종 예선이 열립니다. 세계 랭킹 11위 노르웨이, 12위 덴마크, 18위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17위 한국 국가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진출권 한 장을 두고 일전을 펼칩니다. 저희 안양한라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자력으로 오를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할 것입니다. -원영하 프로"

20년 넘게 한국 아이스하키의 역사와 함께해 온 안양한라 아이스하키팀. 고병희 프로와 원영하 프로는 안양한라만의 강점으로 팬과 함께 가슴으로 교감하고 모든 순간 혼을 다해 감동을 선사하는 열정을 꼽았는데요. ‘Touch Your Heart’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안양한라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예선은 물론 2020-2021 시즌까지, 올해 전개될 한국 아이스하키팀의 활약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