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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드라마 <전격 Z작전>의 무인 자동차 '키트' 40년 전 꿈꾼 AI 머신러닝

▲전격 Z작전 시즌1(1982) 포스터 (출처: 왓챠)

"키트 도와줘!"

지금의 중년이라면 빈 손목에 대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거나 그런 친구들을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1985년부터 87년까지 당시 KBS 2TV에서 방영된 바 있는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의 영향입니다. '키트'는 극 중 등장하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율주행차이고, 또 다른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데이비드 핫셀호프 분)는 중요한 장면에서 손목시계에 탑재된 호출기로 이 차를부르곤 합니다.

▲전격 Z작전: 나이트라이더 포스터 (출처: IMDB)

드라마 <전격 Z작전>의 스토리는 매우 전형적입니다. 형사 '마이클 롱'은 작전 수행 중 애인이자 동료에게 살해당할 뻔합니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윌튼 나이트'라는 갑부를 만나 극적으로 살아나는데요. 성형 수술을 받은 후 '마이클 나이트'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태어나면서 악당들과 대결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키트'라는 이름의 최첨단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트랜스포머’에 가까운 상상 속 미래 모빌리티

▲영화 <토탈 리콜>에 등장하는 택시 ‘조니 캡’ (출처: 네이버 영화)

앞선 글에서 1990년 영화 <토탈 리콜>이 '조니 캡'을 통해 미래 로봇 택시를 그려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등장 순서로 보면 '키트'가 조금 앞섭니다. 게다가 액션 장면이 많았던 만큼 그 시대에 던져준 충격은 지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심지어 이 드라마는 이후 자동차 개발에 많은 영감을 제공합니다. 여러 가지 첨단 기능이 구체적으로 묘사됐기 때문인데요. 그 중 최고는 역시 AI와 자율주행입니다.

▲키트 (출처: nightriderarchives)

극 중 키트는 AI가 탑재된 자율주행차라고 불리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사실 자동차 모양의 지성체로 보는 것이 더 어울립니다. 실제로 <나이트 라이더 2008>에서는 모양을 바꾸며 <트랜스포머>가 아니냐는 놀림을 당하기도 하죠. 

모빌리티 기술이 크게 발전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키트’가 등장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최근 한 전문가는 이 차를 만나려면 2068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측했고, 늘 자신만만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40년 전 ‘키트’의 AI 머신러닝

▲키트의 실내 모습 (출처: pagliaifilmgroup)

키트의 매력은 스스로 움직이고 가끔 날아가고 총알을 막아내는 능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동차 모양을 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마이클의 인간 동료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 3개 시즌 총 90편에 달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모두를 봤다면 이 말에 공감할 것입니다.

▲터보 부스터 기능을 이용해 날아가는 키트 (출처: nightriderarchives)

키트는 시작과 함께 사망한 월튼 나이트, 재단의 동료들과 같은 가치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마이클과 비슷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극 중에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키트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성능만 개선된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배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격 Z작전>의 제작진이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개념을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당시에 그 누가 이것이 가능하다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들은 그저 마이클과 키트, 나이트 재단 동료들의 팀워크를 강조하기 위한 클리셰처럼 키트의 대사를 넣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AI인 키트가 늘 붙어 다니는 마이클의 가치관을 배운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자기보호 원칙만 탑재된 프로토타입 로봇카, KARR의 난폭한 모습과도 비교되는데요. 이는 현재 AI와 자율주행 알고리즘 연구에 중요한 해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카(KARR) (출처: pagliaifilmgroup)

앞서 1980년대에 만들어진 <전격 Z작전>이 이후 자동차 개발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쯤 되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AI와 자율주행 개발자들도 어린 시절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겠다는 추측이 허무맹랑하지만은 않습니다.

실제 기업들은 키트처럼 말하고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엣지 컴퓨팅인데요. 클라우드와 자동차의 중간 지점(edge)에서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원격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초저지연, 초고속, 초연결을 가능케 하는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이는 자율주행차의 등장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키트에 탑재된 이색 기능

마지막으로 키트에 탑재된 특별한 기능들을 설명하고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이 차의 정식 명칭은 나이트 산업 2000(Knight Industry Two Thousand)입니다. 겉모양은 1985년 형 폰티악 파이어버드이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존재입니다.

▲키트의 상징인 전면부 나이트 비전 센서 (출처: nightriderarchives)

주요 기능으로는 탑승자를 점프시키는 사출좌석, 고성능 카메라, 적외선 나이트 비전을 위한 각종 센서 등을 탑재하고 있고요. 차량 자체의 점프와 하이퍼 주행을 위한 부스터, 분자 결합 방탄 외피, 오일을 바닥에 뿌려 추격 차를 교란시키는 치팅, 한쪽 두 바퀴로 주행, 다국어 통역, 무선 해킹 등 이색적인 스마트 기술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또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키트는 레이저 빔, 수상 주행, 초고속 모드인 슈퍼 추진, 성형 전후 구별이 가능한 안면인식, 차체 변형 기능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자율주행차를 넘어 판타지에 가까운데요. 그런데도 키트의 다양한 기능은 ‘미래 모빌리티의 상징’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습니다. 키트만큼은 아니어도 스마트한 자율주행차를 가까운 미래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