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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카에도 교통 시스템이 필요해! <닥터 후> 교통체증의 교훈

LIFESTYLE 2020. 6. 25.

지난 몇 년간 자율주행 자동차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하늘을 나는 차, 즉 플라잉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입니다.

▲차보다 사실상 수직 이착륙기에 가까운 현대차와 우버의 S-A1 (출처: 현대자동차)

이런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플라잉카 역시 아직은 콘셉트 디자인을 매만지는 수준이지만, 발표할 때마다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플라잉카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정보들은 단편적이어서 ‘차 하나 잘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시범 운행하는 미국 등지의 상황을 보면 교통 시스템부터 180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상상 속 미래 모빌리티와 현실의 괴리

▲현실의 흔한 도로 정체

과거 우리는 ‘꽉 막힌 도로에서 차가 하늘을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내 차만 날 수 있을 때의 낭만이지, 하늘이 플라잉카로 가득 찬 경우라면 현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상적인 미래 거리의 모습을 담은 영화 <백투더퓨처2> (출처: IMDB)

영화 <백투더퓨처(1985)>가 좋은 예입니다. 타임머신으로 등장하는 DMC 드로리안은 아라비안나이트의 마법 양탄자처럼 자유로웠지만 속편인 <백투더퓨처2(1989)>에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영화의 배경인 미래에는 하늘에도 교통 체증이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첨단 차량이 흔한 미래라도 교통 시스템의 중요성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가장 발전이 더딘 분야이기도 합니다. 사회 기본 인프라이기에 관료적이고 보수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이죠.

▲닥터 후 시즌 3 제3화 그리드락(Gridlock) (출처: IMDB)

모빌리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통 시스템은 심각한 재난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할 영국 드라마 <닥터 후 시즌 3, 3화 Gridlock 교통체증(2007)>은 플라잉카 교통 시스템에 대한 상상을 풍선처럼 부풀려 보여줍니다.


무려 12년이나 지속된 교통체증?!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문제를 해결하는 지성체 ‘닥터 후’. 그는 컴패니언(동료) 마사와 수억 년 후의 다른 은하계에 위치한 네오 지구 ‘뉴 뉴욕(New New York)’시를 방문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인들에게 동료가 납치됩니다. 닥터 후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범인의 행적을 뒤쫓아 지하 고속도로에 뛰어들죠. 알고 보면 이 납치 사건은 '다인승차 전용차선' 기준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는데요. 에피소드의 끝에서 이런 노력이 쓸데없었음이 밝혀집니다.

▲뉴 뉴욕시 지하 고속도로의 상상을 초월하는 교통 정체 (출처: IMDB)

고속도로에 들어온 것까지는 좋았지만, ‘고속’도로라는 말이 무색하게 도로의 차들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차량 정체는 무려 12년 동안 지속된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차는 12년간 움직인 거리가 8km도 안 된다고 합니다.

결말을 보면 뉴 뉴욕시 지하 고속도로 정체는 봉쇄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시 의회는 지상 도시의 '마약 팬데믹'으로부터 지하라도 보호하자며 그곳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막아버립니다. 문제는 그들조차도 조치 직후 사망해버렸다는 것입니다.

▲뉴 뉴욕시의 지상 풍경 (출처: IMDB)

뉴 뉴욕시는 고속도로 안의 차들이 몇십 층으로 줄지어 날아다닐 만큼 발달했지만, 비상 상황을 위한 교통 제어시스템은 혼란 중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지상 거주민이 모두 사라진 후 전기마저 끊기자 무용지물이 돼버립니다. 플라잉카로 가득 찬 미래 도시의 고속도로마저 정상적인 교통 시스템의 부재 상황에서 멈춰서고 만 것입니다.

▲12년 전 다운로드한 교통정보만 믿고 고속도로에 갇혀있는 ‘네오 지구인’들과 닥터 (출처: BBC)

지하의 사람들은 내비게이션에 다운로드한 오래전 데이터의 지시대로 영문도 모른 채 12년 동안 도로에 갇혀 있습니다. 그들은 과연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이런 설정은 닥터 후 시리즈 특유의 과장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미국에서는 폭설과 토네이도로 차들이 몇 시간씩 도로에 서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폭설로 영동고속도로가 통제되면서 백여 대의 차량이 12시간 이상 도로에 고립돼 헬기로 빵과 우유를 공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미래 교통 시스템에 필요한 기술 ‘V2X’

지금의 교통 시스템도 부하를 넘는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혼란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현 교통 시스템은 차보다는 그것을 통제하는 운전자에 맞춰져 있고, 차가 바퀴를 달고 땅 위를 달린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지고 운영돼 왔습니다. 

더 많은 데이터가 오가는 미래 모빌리티는 한층 복잡합니다. 어쩌면 애초에 다른 객체의 도움 없이는 완전 자율주행이나 자동 비행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이 분야에서 이미 V2X* 같은 다자간 통신 연구가 진행 중인 이유입니다. * 차량·사물 통신, Vehicle to Everything communication

V2X를 통해 다른 차량, 인프라, 사물과 네트워킹하면 차량 스스로 주행정보를 주고받으며 사고를 방지하고 교통체증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자동차와 세상을 연결하는 자율주행 핵심 기술, 'V2X'를 알아보자!

▲V2X 개념도 (출처: C-V2X Technology Autotalks)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며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해도 내비게이션과 신호등은 필요합니다. 라이다 탐색 범위 내 상황은 자동차에 달린 AI가 해결하더라도, 범위 밖의 일은 외부의 도움과 감시를 받게 됩니다. 더구나 차량이 2차원의 도로를 박차고 나는 순간 더 복잡한 3차원 정보가 필요해지죠. 하늘에는 눈에 보이는 차선은 없지만, 비행기가 정해진 항로와 시간을 엄수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V2X 기술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5G 기반으로 끊김없이 빠른 주행정보를 제공하며 미래 모빌리티 교통 시스템 원활화에 기여할 예정입니다. 과속, 난폭 운전 등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이고 <닥터 후>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차량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