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반자율주행이라 불리는 ACC(자동감응식 순항 제어)와 LKAS(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의 조합이 양산 차량에 등장하며 우리는 자율주행이라는 미래의 일부를 현재형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여러 자동차 제조사의 홍보나 자율주행 관련 콘텐츠에서 ‘OO 차량에 레벨 2.5 수준의 기술이 적용됐다.’ 등의 문장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언급되는 ‘레벨’은 무엇이며, 각 레벨에서는 어떤 기능들이 구현될까요? 오늘 그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자율주행 레벨, 구분 기준은?
자율주행 레벨은 흔히 다섯 단계로 분류됩니다.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5 이하는 운전자의 개입 정도와 원격 감시 수준에 따라 4단계로 나뉘는데요. 현재 통용되는 자율주행 레벨 기준은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가이드라인에 근거를 둡니다.
참고로 NHTSA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등 몇 개 주에서 진행 중인 자율주행차 실험 면허를 발급하고 관리하는 기관으로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입니다.
자율주행 5단계 구분은 사실 개념 정의 차원으로 개별 기업이나 특정 차종의 자율주행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는 아닙니다. 즉, 통상적으로 어떤 기능이 몇 레벨에 해당하는지 나누는 근거는 되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반적인 기술 향상이나 사회적 요구에 따라 기준 자체가 변하기도 합니다.
레벨 2와 3의 기능 차이
앞서 언급한 ACC와 LKAS의 조합은 비상제동 기능 등의 안전장치들이 위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조합 기능 자동화(Combined Function Automation)로 레벨 2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2~3년 전부터 고가의 신차에 도입되고 있는 ALC(자동차선 변경)와 앞 차의 이동 경로를 감지해 따라가는 플래투닝(Platooning)은 레벨 3 수준의 기능입니다.
여기서 ALC는 고속도로와 같이 차량 운행이 비교적 원활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운전자의 방향지시등 조작만으로 차량이 주행차선을 스스로 바꾸는 기능입니다. 현재 이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 모델은 제네시스 GV80, G80 등이 있지만, 실제로는 기능 구현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테슬라의 경우는 지난 2015년 모델S 상위 트림에 처음 적용해 국산 차보다 4년 이상 빠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기능적으로는 최대 두 개 차선까지 이동할 수 있고 심지어 내비게이션 정보를 수신해 고속도로 출구를 알아서 찾아가기도 합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당시에 이 기능이 완벽하게 구동되고 있었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테슬라의 가격정책, 국내 관련법 변화에 따라 실제 사용 가능 여부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테슬라의 원격 기술 지원
현재 테슬라는 아시아 지역 판매에서 차선 변경 등의 자율주행 레벨 3 기술을 추가 선택사양으로 묶어두고 있습니다. 이는 별도 판매되고 이후에도 업데이트 가능하지만, 테슬라의 전장 기술 덕분에 가능한 전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미 구입한 차량에는 첨단 기능을 추가할 수 없을까요?
테슬라는 개별 차량과 서비스 시스템을 OTA(Over The Air), 즉 무선으로 연결합니다. 물론 국내 기업도 이 방식으로 내비게이션의 맵 데이터와 펌웨어를 갱신하는데요. 양과 질의 수준에서 테슬라와 비교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테슬라는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소프트웨어의 판올림은 물론이고 원격으로 개별차량의 상태를 수시로 진단합니다. 또한, 필요한 경우에 일부 중요 기능의 추가와 갱신도 원격으로 진행되죠. 자율주행과 관련된 ADAS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원격 지원이 가능한 이유는 해당 기능 수행에 필요한 일정 수준 이상의 하드웨어가 모든 차량에 기본 탑재되기 때문인데요. 필요에 따라 자율주행 레벨 3 기능의 센서를 활성화하고 소프트웨어 일부를 갱신하면 자동차선 변경, 셀프 주차 등을 포함한 풀 셀프 드라이빙 패키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테스트 단계이거나 규제로 인해 비활성화 중인 기능들이지만 이 모든 것을 모델 Y 기준으로 900만 4,300원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호등 인식 기능’은 올해 말에 OTA를 통해 활성화될 예정입니다.
레벨 3의 신호등 인식 기능
‘제한된 자율주행(Limited Self-Driving Automation)’이라 불리는 레벨 3단계는 차량에 탑재된 각종 센서가 교통상황 전반을 감지해 운전자 조작 없이도 상당 시간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합니다.
ACC, LKAS, 차선 이동, 비상 제동, 비상 차선 이동, 플래투닝 등의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작동되는 단계로 신호등을 인식하는 기능까지 더해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2016년 우버 무인 택시가 캘리포니아에서 사고의 원인이 된 것처럼 오류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요. 그 때문에 현재는 광학 인식과 함께 신호등과 자율주행차가 상호 통신하는 V2X 시스템 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레벨 4단계 기술의 현 위치
자율주행 레벨 4는 운전자 없이도 출발에서 주차까지 대부분의 주행을 스스로 해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차량에는 라이다 같은 고정밀 센서가 다수 장착되고 늘어난 정보량만큼 처리 속도도 레벨 3에 비해 몇 배나 빨라집니다.
다만 위급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 관리자의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과 정부 교통 인프라의 제어와 통제를 전제로 합니다. 테슬라의 OTA가 남다른 수준으로 평가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준비입니다.
아직 레벨 4단계를 구현한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한데요.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자동차 사업부 웨이모(Waymo)는 지난 2016년, 짧은 구간이지만 시각장애인을 홀로 차에 태우고 정해진 곳까지 이동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으며 지금은 과거 우버의 무인 택시처럼 도심 대부분의 구간을 자율주행 레벨 4단계 기술로 이동 중입니다.
만도의 차세대 자율주행차 인테리어
레벨 4단계에 이르면 흔히 봐왔던 자동차와 다른 인테리어 구성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스티어링 휠같이 돌출된 장치라면 자율주행 중에 수납되는 것이 차량 실내의 공간 활용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도 유리합니다.
운전자의 음성명령에 스티어링 휠이 대시보드 안쪽으로 수납되는 모습은 SF 영화에서나 간혹 연출되는 장면이었지만 곧 현실에서 만나게 될 텐데요. 지난해 말,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2~3년 이내에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자율주행차용 SBW(Steer By Wire) 방식 가변형 스티어링 휠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만도에서 개발한 장치로 첫 프로토타입은 사용하지 않을 때 계기판 패널 아래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형태입니다.
이 스티어링 휠은 완벽한 전자제어 방식이기에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비교적 쉽게 응용 가능합니다. 접고 펼치는 것은 기본이고 대시보드 좌우를 오가며 운전석 위치를 바꾸는 역할도 가능합니다.
자율주행 만렙, 레벨 5단계
자율주행의 마지막, 레벨 5는 완전자율주행 단계입니다. 운전자의 통제와 감시 없이 자동차 스스로 판단해 구간을 이동하고 그 경로에서 만나는 모든 상황에 자체적으로 대처해 승객과 짐을 무사히 이동시킬 수 있는 수준을 말합니다.
물론 5단계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자율주행차 기술뿐만 아니라 교통 인프라, 보험 등의 금융 시스템, 나아가 차량을 소유하거나 운행하는 것에 대한 인류의 가치관까지 달라져야 하기에 기대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통 시스템 발전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경험해온 우리에게 자율주행은 단순히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인다는 개념 그 이상을 시사하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민과 연구가 어떤 미래 모빌리티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집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