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SIGHT

스타트업 ‘오로라’는 어떻게 우버를 인수했을까?

우버 ATG를 인수한 스타트업 ‘오로라 이노베이션(Aurora)’의 자율주행 트럭 (출처: 오로라)

자율주행 시대는 아직 먼 것일까요? 지난해 말, ‘우버(Uber)’는 자율주행 사업부 ‘ATG(Advanced Technology Group)’를 매각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업계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우버는 일찌감치 자율주행 사업을 자신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었습니다. 이에 2015년 ATG를 설립하고 수조 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해왔죠. 하지만 우버 ATG는 스타트업 ‘오로라 이노베이션(Aurora Innovation)’에 넘어가게 됐는데요. 이들의 빅딜은 어떻게 성립된 것일까요?

 

벼랑 끝에 선 우버, 대체 왜?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으며 승승장구한 우버 ATG. 그러나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과 달리 우버는 자율주행 사업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구글 웨이모(Waymo)의 라이다 기술 유출 혐의로 고소를 당한 우버 (출처: 웨이모)

지난 2018년, 구글 웨이모(Waymo)는 우버를 자율주행차 기술 절도 혐의로 법정에 세웠습니다. 소송 6개월 전, 우버는 자율주행 트럭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 ‘오토(otto)’를 인수하고 설립자 ‘앤서니 레반도우스키’를 거물급 엔지니어로 영입했는데요. 이 일이 화근이었습니다.

구글 웨이모의 엔지니어였던 레반도우스키는 이직 과정에서 회사의 기밀 파일 1만 4천 개를 빼돌렸습니다. 우버는 이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았죠. 결국 우버는 합의금으로 2억 4,500만 달러의 자사 주식을 웨이모에 지급한 한편, 레반도우스키를 해고하고 자율주행 트럭 개발을 백지화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적극적인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진행한 우버 (출처: 우버)

우버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미국 애리조나에서 테스트 중이던 우버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인명 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이죠. 여론은 즉각 들끓었습니다. 자율주행차에 의한 최초의 인명 사고는 안전성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볼보 XC90을 기반으로 한 우버의 자율주행차 (출처: 우버)

잇따른 악재에도 우버는 포기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코로나 19로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게 됐습니다. 메인 사업인 승차 공유 서비스의 매출이 절반 가까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우버는 먼저 두 차례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죠. 이에 투자자들은 손해만 보는 자율주행 사업의 매각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초 예상과 달리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전하게 적용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버는 오로라에게 공들인 ATG 사업을 넘겼습니다. 그 가격은 약 40억 달러로 알려졌는데요. 1년 전 ATG의 기업 가치가 72억 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절반만 인정받은 셈입니다.

 

자율주행 시장의 다크호스 오로라

그러나 우버가 이 일로 손해만 봤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표면적으로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매각을 통해 수익성도 개선하고 미래 먹거리도 확보할 수 있게 됐죠.

오로라를 이끄는 ‘크리스 엄슨(Chris Urmson)’과 ‘스털링 앤더슨(Sterling Anderson)’ (출처: 오로라)

2017년 설립된 오로라 이노베이션은 구글 자율주행 프로젝트의 최고 기술 책임자인 ‘크리스 엄슨’과 테슬라 오토파일럿 팀의 수장 ‘스털링 앤더슨’ 등 스타 엔지니어가 이끄는 스타트업입니다.

자율주행 트럭 개발로 시장에 도전한 오로라 (출처: 오로라)

이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자율주행 트럭’입니다. 코로나 19로 물류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미국트럭운송협회(ATA)에 따르면 미국의 유통 물량 중 74.5%가 트럭으로 수송되는데요. 문제는 산업 중요성과 달리 운전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신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죠.

2019년 미국에선 약 6만 명의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다고 조사됐습니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부족한 트럭 운전사의 수가 2024년 17만 5,000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로라의 기업 전망도 매우 밝습니다. 우버로선 아끼는 사업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인 셈입니다.

 

손절 아닌 익절! 반등 노리는 우버

이에 우버는 ATG를 저렴하게 넘기는 대신 오로라의 주식 지분 26%를 획득했습니다. 우버 임원이 보유 중인 몫까지 합치면 지분은 40%대로 크게 늘어나는데요. 이와 별도로 우버는 오로라에 4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한편,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를 오로라 이사회 멤버로 합류시켰습니다. 오로라의 실질적인 경영 주도권을 갖음으로써 필요한 순간이 되면 언제든 자율주행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말이죠.

영리한 선택으로 우버는 1분기 29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습니다. 또 지난해 4분기 대비 1/9 수준인 1억 800만 달러로 순손실을 크게 줄였습니다. 우버 측은 올 연말까지 손실을 만회하고 분기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인수합병으로 대규모 엔지니어 인력을 확보한 오로라 (출처: 오로라)

물론 오로라도 인수 결정으로 얻은 게 많습니다. 먼저 우버가 축적한 엄청난 양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됐죠.

게다가 우버의 수준 높은 엔지니어와 개발자 약 1,200명을 흡수하며 대규모 팀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 정도 규모면 업계 최선두를 달리는 구글 웨이모와 제대로 경쟁할 수 있습니다. 인수 인후 오로라의 기업 가치는 3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급상승했습니다.

 

매각으로 재기를 노리는 승차 공유 업체

2017년 우버와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자율주행 사업에 뛰어든 리프트(Lyft) (출처: 리프트)

우버와 오로라의 조인트 전략은 서로가 Win-win 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이에 해당 사례를 모방한 기업이 등장했죠. 바로 우버의 최대 경쟁사인 ‘리프트(Lyft)’입니다. 이들 역시 코로나 19로 실적이 악화돼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흑자 전환을 위해 리프트는 지난달, 자율주행 사업부 ‘레벨 5’를 토요타의 자회사 ‘우븐 플래닛(Woven Planet Group)’에 팔기로 결정했는데요. 55억 5000만 달러로 빠르게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라스베이거스를 거점으로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한 리프트 (출처: 리프트)

토요타는 리프트의 직원 300명과 라스베이거스에서 축적한 10만 건 이상의 모빌리티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죠. 또 인수와 별개로 개발된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리프트 측은 토요타 협력을 위한 팀을 새롭게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자율주행 부문에서 완성차 업체를 앞지르던 승차 공유 업체의 모습은 당분간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과연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새로운 연합군의 탄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해보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