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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이알트] ESG투자 열풍, 큰 손들의 진짜 속내는?

2021년 새해 첫 뉴스를 장식한 대기업 수장들의 신년사에서 생경한 단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BTS도 아니고 TMI도 아닌 ESG, 많은 기업이 올해부터 ‘ESG 경영에 집중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는데요. 이제 ‘ESG’를 언급하지 않고는 세계 돈의 흐름과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을 설명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ESG 잘하는 기업에 돈 넣겠다”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치켜 든 선두 깃발에 ESG가 선명한 모습으로 새겨지기까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ESG투자’ 열풍이 결정적이었습니다. ‘ESG투자’는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투자를 말합니다. 돈도 잘 벌고 ESG도 잘 하는 기업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얘기죠.

ESG투자 확산에는 ‘월가의 제왕’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주도적인 역할이 눈에 띄는데요,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2021년 1월 기업 CEO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과 양립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공개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화석연료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처분하기도 했습니다. 

ESG 투자 확산을 주도한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 (이미지 출처: 블랙록 홈페이지)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GPFG(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니콜라이 탕엔 투자관리청장은 지난해 10월 ESG 성적이 나쁜 기업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네덜란드 최대 공적연기금운용공사(APG)는 탄소배출을 야기하는 석탄발전을 한다는 이유로 한국전력 투자금 6,000만 유로를 회수한 바 있습니다. 스위스 UBS도 투자자들에게 ESG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투자를 최우선 가치로 삼으라고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또한 한국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도 2020년까지 운용 자산의 50%에 ESG전략을 반영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들이 ESG투자를 확신하는 이유

절대적으로 자본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빈부격차의 가속화와 코로나 쇼크로 체질적인 변화가 생긴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ESG에서 돈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입니다.

첫째, ESG 리스크는 투자자산 가치하락의 결정적 변수이다.
영국의 캠브리지 지속가능연구소는 2015년 발표한 리포트 ‘Unhedgeable risk: How climate change sentiment impacts investment’에서 ‘지구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전 세계의 자산 가치가 30% 하락할 것이나, 기온 상승을 산업 혁명 이전 평균 기온 대비 20°C 이하로 억제할 경우 자산 가치가 17%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ESG와 관련된 리스크를 막지 못한다면 회복 불가능한 자산가치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둘째, ESG투자의 수익률 잠재력이 확인되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SG 등급이 높은 유럽 상장 기업으로 구성된 ‘MSCI 유럽 ESG 리더스 지수’는 2016년 1월부터 4년 8개월의 수익률이 38.4%로, 벤치마크인 MSCI 유럽 지수(19.8%)보다 탁월한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착한 펀드는 수익률이 나쁘다’는 과거 정설이 뒤집힌 결과입니다.

MSCI 유럽지수와 MSCI 유럽 ESG 리더스지수 수익률 비교 (자료: 블룸버그)

 

글로벌 자금 이동의 관문이자 종착지

2020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ESG 펀드 자산 규모는 1조 6,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작년 4분기만 해도 ESG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1,523억 달러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ESG를 투자지표로 활용하는 ESG 투자자산 규모는 ESG 펀드자산 규모의 40배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독일의 도이치뱅크는 2030년이면 ESG 투자 자산이 전체 자산의 95%에 해당하는 130조 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요. 이 정도면 ESG는 거대한 글로벌 자금 이동의 관문이자 종착지라 불러도 좋겠습니다.

 

패러다임 대전환. 승자가 될 것인가, 루저가 될 것인가?

ESG투자 열풍이 철저한 자본의 법칙에 따른 현상이라고 볼 때, 지금의 ESG 트렌드는 불가역적인 것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한라그룹 자동차 부품회사 만도는 올해 4월 자동차 부품업체로서는 최초로 ESG 채권 발행에 성공했습니다. 초기 1천 500억 원을 발행하기로 한 채권은 수요가 몰리면서 최대 2천500억 원까지 증액하여 발행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6월에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MSCI의 ESG 평가 A등급을 획득하는 개가를 올렸습니다. 한라그룹은 이와 같은 성과들을 더욱 공고히 하고 전체 계열사에 확대할 목적으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내에 ESG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고 주요 계열사에 전담조직을 구축하는 등 ESG 지속가능경영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위기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거대한 기회가 될 ESG 패러다임 전환 시대, 한라그룹의 힘찬 비행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