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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2050 탄소중립, 그것이 알고 싶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단어인 ‘탄소중립’. 그런데 탄소중립의 의미를 어렵게 느끼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탄소중립이 무엇을 의미하며 왜 205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국제사회 목표가 되었는지 이준이 교수에게 들어봅니다.

▲위기의 지구 긴급진단! 기후변화 국제기구 IPCC가 전하는 메시지 

- 탄소중립에 이르고 네거티브 배출로 전환되기 전까지 지구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
- 1.5도 온도상승까지 잔여탄소배출허용량(잔여탄소예산) 약 500GtCO2 
-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2100년까지 지구 온난화 1.5도 아래로 제한 가능

영국 글래스고에서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세계 언론이 탄소중립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죠. 

산업계와 기업들도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필수적으로 탄소중립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5월 부산대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하는 것을 보며, 저도 탄소중립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더욱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1995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COP26

*COP26: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Conference Of Parties’
*NDC: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탄소중립’의 정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을 인간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탄소의 양과 탄소 흡수원이 흡수하는 양 사이의 평형을 맞추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더이상 증가하지 않죠. 

탄소 흡수원은 크게 탄소 배출보다 흡수하는 양이 큰 자연(산림, 토양, 해양 등)과 인공 시스템(탄소 포집 등)으로 나뉩니다. 

2020년 세계에서 인간활동에 의해 배출된 총 이산화탄소는 31.5기가톤이산화탄소(GtCO2)였습니다. 하지만 자연 흡수원은 매년 배출량의 1/3 수준인 약 9.5~11GtCO2 정도를 흡수하고, 인공 시스템의 흡수량은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배출 자체를 0에 가깝게 줄이거나 흡수되는 양을 늘려서 평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탄소 포집: 화석연료 사용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모으는 기술. 대기와의 격리를 위해 주로 지하에 매장한다.

 

탄소순환이란?

탄소중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탄소순환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탄소는 지구 기후 시스템의 지권, 생물권, 수권, 대기권에 다양한 형태로 저장되며, 각 권역을 자연적으로 순환합니다. 

예를 들어 지권에 저장된 탄소는 화산활동을 통해 대기권으로 배출되는데, 일부는 광합성에 의해 탄수화물 형태로 생물권에 흡수되고 일부는 해양에 흡수됩니다.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은 지권에 묻히면 암석이 되거나 지질학적 시간 규모에서 화석연료가 됩니다. 이처럼 물질이 기후 시스템의 여러 권역을 순환하는 것을 생지화학순환이라고 부릅니다. 

인간활동에 의해 배출된 탄소도 대기 중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기후 시스템 권역으로 이동합니다. 산업화 이후 1850년부터 2019년 사이 화석연료 사용과 토지이용 변화에 의해 총 650기가톤탄소(GtC)가 배출되었습니다. 화석연료 연소 시 탄소는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됩니다. 1kg의 탄소는 3.664kg 이산화탄소에 해당하니 650GtC는 2382GtCO2가 됩니다. 

1850-2019년 인간활동에 따른 총 탄소 배출량(화석연료사용 배출 + 토지이용 변화로 인한 배출)과 탄소순환을 통해 대기, 해양, 지면에 이동한 탄소량 (출처: Friedlingstein et al. 2020)

인간활동에 의한 전체 배출량 중 32%인 210GtC는 지면 생태계에 흡수되었고, 24%인 160GtC는 해양에, 3%인 20GtC는 다른 형태로 흡수되어 나머지 41%인 265GtC만 대기에 남아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였습니다. 만약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총 탄소가 대기 중에만 머무른다면 지표 온도 상승은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을 것입니다. 해양과 지면에서 약 56%를 흡수했기 때문에 현재 지구 온난화가 약 1.09도 정도 진행된 것입니다. 

그런데 해양의 경우 자연적 순환 이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해양산성화가 심각하게 진행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탄소를 배출할 경우 지구온난화뿐만 아니라 해양산성화도 심화되어 해양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위협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8월 9일에 공개된 IPCC 제1실무그룹 6차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이 많아질수록 해양과 지면 생태계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효율이 떨어집니다. 현재까지 총배출량의 56%가 흡수되었지만, 더 많이 배출할수록 흡수율이 떨어지고 그만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빠르게 증가할 것입니다.

 

잔여탄소배출허용량

그동안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지구온난화 사이에 선형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IPCC 제1실무그룹 6차 보고서는 185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850-1900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 지구온난화도 미래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선형적으로 비례합니다.

이를 통해 각 지구온난화 수준에 대한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으며, 이 값에서 과거 누적 배출량을 제외하면 지구온난화까지 남아 있는 잔여탄소배출허용량(잔여탄소예산이라고도 부름)이 나옵니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1850년부터 2019년까지 위에서 말씀드린 수치와 유사한 약 2380GtCO2가 배출되었습니다. 

1850년 이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1850-1900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사이의 관계. 1850년부터 2019년까지 관측 결과뿐만 아니라 5개 미래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도 2050년까지 보임 (출처: IPCC 제1실무그룹 6차 보고서, 2021)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280ppm에서 410ppm(2019년 12월 수치)으로 약 46%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지구 온도 상승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09도에 이르렀습니다. IPCC 보고서는 1.5도 지구온난화까지 잔여탄소배출허용량은 약 500 GtCO2이며, 2도 지구온난화까지는 약 1350 GtCO2으로 산정하고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 배출한 탄소량을 고려하면 1.5도와 2도 지구온난화까지 추가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탄소가 매우 제한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2020년 전 지구 총배출량이 31.5GtCO2이었다고 언급했는데요. 우리가 매년 2020년과 동일하게 탄소를 배출한다면 앞으로 약 15년 이내에 1.5도 지구온난화에 도달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2050 탄소중립 왜 필요한가?

지구온난화는 일시적 탄소배출이 아닌 누적 탄소배출에 비례하기 때문에 미래 지구온난화는 과거 배출량과 더불어 앞으로 배출될 양에 달렸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키지 않아야 온도 상승을 멈출 수 있습니다. IPCC 1.5도 특별보고서와 제1실무그룹 6차 보고서는 205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어야 2100년까지 지표 온도 상승을 1.5도 아래로 제한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메탄, 아산화질소, 불화탄소 등을 포함한 온실가스중립은 2060년 후반부까지 이루어야 합니다. 

2도 온도 상승 제한을 위해서는 2070년 후반부에 탄소중립을 이루고 2080년 후반부에 온실가스중립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것이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지금부터 함께 노력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입니다.

1.5도와 2도 아래로 지구온난화를 제한하기 위한 탄소중립 및 온실가스중립 도달 시점 (출처: IPCC 1.5도 특별보고서와 세계자원연구소, World Resources Institute)

다가오는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 필자도 IPCC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합니다. 이번 총회에서 많은 국가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 계획을 상향해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도 기존 계획보다 상향된 2018년 대비 40% 감축을 확정하고 발표할 예정입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 커브를 크게 줄이는 것은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중요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탄소중립에 이르고 네거티브 배출로 전환되기 전까지 지구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1.5도 온도상승까지 잔여탄소배출허용량(잔여탄소예산)은 500GtCO2도 남지 않았습니다.”

*탄소 네거티브: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거나 제거한 마이너스 상태

이준이 교수의 ESG 칼럼은 총 3회에 걸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