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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왓츠인마이카 #18] 월급을 몽땅? 변리사의 인생을 바꾼 취미

모빌리티는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요? 그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왓츠인마이카. 이동의 변화가 가져온 현대인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살펴봅니다.

오늘의 주인공을 만나다 

‘멋지게 달려보고 싶다’는 열망,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는 마음일 텐데요. 화끈하고 거침없는 자동차 액션을 선보이며 질주 본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HL만도 Global Legal Center 이현화 책임매니저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HL만도 Global Legal Center Legal & IP 1팀 이현화 책임매니저입니다. 변리사로 특허사무소에서 근무해 오다가 자동차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어 지난해 10월 말, HL만도에 경력 입사하였습니다. 이제 입사 6개월 차가 되었는데요. 잘 부탁드립니다.
Q. 자동차 분야의 업무를 희망한 이유가 있나요?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의 특허 출원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한동안 푹 빠져 일했어요. 불현듯 ‘내가 자동차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생각이 들었고,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경량 스포츠카의 계보를 잇다! 토요타 GT86

이현화 책임매니저의 자동차는 토요타 GT86입니다. 만화 ‘이니셜 D’에서 주인공의 애마로 등장한 토요타 AE86의 후속 모델로 대표적인 경량 스포츠카 모델인데요. 가벼운 차체, 후륜 구동, 수동 변속기의 삼박자가 어우러져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Q. 토요타 86을 구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86은 ‘드라이버를 키우는 차’라는 별명이 붙은 차입니다. 후륜 구동 방식이라서 오버스티어*가 잘 발생하는 만큼, 다양한 주행 방법을 익히고 운전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요. 출력은 낮지만, 워낙 경량이라서 모터스포츠와 일상용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오버스티어(Over Steer): 차량이 코너를 돌 때 스티어링휠을 돌린 각도보다 회전반경이 작아지는 현상
Q. '모터스포츠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한 번 서킷 주행을 해 보고 싶다는 단순 호기심으로 인제 스피디움에 갔었죠. 그 날 랩타임 2분 20초를 찍었는데 초심자 평균보다 느린 기록이라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오기가 생겨 그 뒤로 인제를 몇 번 더 찾아갔는데요. 사고로 차가 부서지는 일을 겪으며 운전을 제대로 배워보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모터스포츠 세계에 발을 들인 후로 그녀의 관심은 온통 ‘기록 단축’에 쏠렸다고 합니다. 최근에 드레스업 튜닝을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데요. 공기 저항을 줄이는 ‘프론트 스플리터’와 ‘리어 윙’, 엔진과 브레이크의 열기를 잡는 ‘에어 덕트’ 등을 장착하여 성능을 높인 한편,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운전석을 제외한 내부 구조물은 과감히 뜯어냈습니다.

Q. 모터스포츠의 최대 매력은 무엇인가요?
스스로의 한계를 깼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중독적일 만큼 좋아요. 작년에 참가한 내구레이스에서 영암 서킷 30랩을 무사히 완주하고 들어왔을 때는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순위가 좋지 않았지만, 1시간여 동안 초긴장한 상태로 무사히 서킷 주행을 해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조작법에 따라 차가 어떻게 반응하고 움직이는지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저와 제 차가 꼭 서로를 제일 잘 아는 친구처럼 느껴져요. 자신이 타는 차와 일심동체로 호흡하며 협력하는 것 또한 모터스포츠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What’s in my car! 그녀의 자동차에는 무엇이?

주말이면 서킷을 찾아 모터스포츠 강훈련을 진행한다는 이현화 책임. 올해는 유독 태백의 한 서킷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 그녀의 자동차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Q. 스페어타이어와 기름통을 항상 싣고 다니나요?
태백 서킷은 타이어가 빨리 마모되는 곳으로 악명이 높아요. 서킷 주행을 하면 그날 사용한 타이어는 전부 버려야 하기 때문에 교체용 타이어를 차에 싣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백에서는 고급유를 주유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아요. 서울에서 태백으로 출발할 때 50ℓ 가득 주유해도 장거리 주행이다 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료가 전부 소진되더라고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기름통에 늘 고급유를 넣어 다니고 있습니다. 고프로는 주행 기록 분석용이에요. 

Q. 모터스포츠는 비싼 취미라고들 하잖아요. 비용이 만만찮을 텐데요. 
맞아요. 주유비와 서킷 이용료, 타이어 교체 비용 등을 다 합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대회 시즌에는 취미로 발생한 지출이 월급을 넘어설 때도 많아요. 그래서 비용 절감을 해보고자 타이어 보관창고를 마련했습니다. 제 차의 경우 타이어를 모두 교체하는 데 80만 원 정도 비용이 들어요. 한번 쓰고 버릴 타이어를 매번 신품으로 구입하는 건 부담스럽잖아요. 중고 매물로 트레드 80% 이상인 타이어가 올라오면, 보이는 족족 구입해서 창고에 쟁여 두고 있습니다.

모터스포츠를 향한 열정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기록 경신을 위해 좋아하는 아침잠마저 포기했다는 이현화 책임. 눈을 뜨면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부터 찾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짐카나’라는 종목도 병행하고 있다는데요. 실력 향상을 위해 그녀가 못 할 일은 없습니다. 

* 짐카나: 선을 긋거나 표주로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코스를 달려 시간을 겨루는 모터스포츠 종목

Q. 짐카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서킷 주행만 하는 드라이버보다 짐카나와 드리프트도 할 줄 아는 드라이버가 운전을 더 잘한다는 말을 들은 게 계기였어요. 짐카나라는 종목을 알고 있었지만, 난이도가 높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짐카나는 서킷 주행보다 차량을 훨씬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조절해야 하고 라인 잡기도 까다로워요. 또한 사이드 브레이크 잡을 일이 많은데 팔 힘이 부족해서 브레이크를 충분히 당기지 못할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난생처음 운동을 시작하게 됐죠. 짐카나는 어렵고 실력 향상도 더딘 종목이지만, 운전을 잘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서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Q. 이현화 책임에게 자동차는 어떤 존재인가요?
자동차는 제 삶의 중심점이자 동력원이에요. ‘차를 잘 타고 싶다’는 마음이 제가 더 나은 생각과 행동을 하게 하고요. 삶을 의욕적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힘을 줍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도 운전을 가르쳐준다는 사람을 제 발로 찾아 나서기도 했고, 차가 너무 좋은 나머지 관련 기술만 집중적으로 다뤄보고 싶어 HL만도로 이직했어요. 자동차만큼은 슬럼프가 오더라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할머니가 돼서도 모터스포츠를 즐기고 싶어요.

누군가는 그녀를 보고 ‘욜로(YOLO)’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취미 생활에 월급을 몽땅 터는 모습이 돈키호테처럼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 아닐까요? 이현화 책임을 향한 따뜻한 응원의 한마디를 부탁드리며, 왓츠인마이카 다음 화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