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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Believe in Me] 믿음이란 끊임없이 입증하는 것.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윤승림

여러분은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나요? 모든 일에 있어 믿음을 갖고 나아간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요. HL이 여러분께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믿음을 갖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지난해 ‘1초에 n 억씩 터지는 뮤비’로 화제가 된 뮤직비디오가 있었죠. 바로 에스파(aespa)의 ‘아마겟돈(Armageddon)’ 뮤비인데요. 화려한 CG와 섬세한 연출로 공개와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모았습니다. 아마겟돈 뮤직비디오로 MV 계의 새 장르를 연 리전드필름 윤승림 헤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Believe in Me>, 시작합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어릴 때부터 가요를 듣고, 춤추기를 좋아했다는 윤 감독. 음악 전문 채널에서 틀어주는 이효리의 ‘Hey Girl’ 뮤직비디오를 보고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는데요.

 

Q. MV 감독이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승림: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게 이효리님의 ‘헤이걸’ 뮤비를 TV에서 보고 ‘멋있다’, ‘나도 저런 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였나 생각하다가 헤이걸 뮤비를 봤던 기억이 떠올랐고, 본격적으로 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3년, 리전드필름을 설립한지는 10년이 된 지금 윤승림 감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리전드필름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에스파(aespa)의 ‘아마겟돈(Armageddon)’이 2024 MAMA에서 베스트 뮤직비디오상을, 아이브(IVE)의 ‘해야(HEYA)’가 멜론 뮤직 어워드(MMA)에서 베스트 뮤직비디오상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Q. ‘아마겟돈’과 ‘해야’로 리전드필름이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감독님에게 2024년은 어떤 해였나요?
승림: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에 리전드필름과 리전드프로덕션에서 약 15건 정도의 광고와 MV 작업을 했고, 그중 6~7편 정도를 제가 연출에 참여했어요. 정말 많은 작업을 하면서 얻은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았죠.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한 덕에 이전에는 업계에서만 저희를 알아봤다면 작년에는 대중분들까지 저희 이름을 알게 된 해가 된 것 같아요.

 

 

 

가슴 뛰는 대로 쌓아 올린 디테일

리전드필름이 작업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 댓글 창과 SNS에서는 숨은 디테일에 감탄하는 팬들의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영상미는 물론 팬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살리는 ‘덕잘알’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Q. 아티스트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나만의 뮤직비디오 연출 비결이 있나요?
승림: 엄청난 디깅(Digging)과 방대한 양의 서치요. 의뢰가 들어온 아티스트가 어떤 소구 포인트가 있는지를 많이 찾아봐요. 거기에 저만의 해석을 곁들여서 팬들이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포인트를 극대화하고자 하죠.

Q. 사소한 부분까지도 디테일을 잡는 일이 힘들지는 않나요?
승림: 어떻게 보면 그림을 그릴 때 하는 묘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디테일 하나하나를 잡아가는 일은 분명 힘들고 ‘누가 알아봐 주긴 할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하나의 터치를 더했을 때 좀 더 살아 숨 쉬는 작업이 되거든요. 그리고 대중들도 결국은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Q. 엄청나게 많은 디테일을 넣으면서도, 레퍼런스가 없는 독창성을 강조하시는데요. 독창성을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승림: 가장 중요한 건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것이에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고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또는 ‘이 정도만 해도 안전한데’라는 생각으로 자기합리화해버리면 결국 오리지널리티를 갖지 못해요. 나에게 주어진 키워드가 고루할지라도 집요하게 파고들고, 포기하지 않는 시간이 모이면 남다른 한 방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Q. 그렇게 만들어낸 크리에이티브가 대중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승림: 사실 ‘이거 먹힌다’라는 확신을 가질 만큼 강렬한 믿음이 드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아마겟돈’ 때도 그랬어요. 생각보다도 더 폭발적인 반응이라 주변에 왜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는 거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니까요(웃음). 돌아보면 결국은 어떤 기획을 짤 때, 제 심장이 뛰어야 하더라고요. 저조차도 심장이 뛰지 않는 기획과 비주얼로 누굴 설득하겠어요? 나를 믿고 내 심장이 뛰는 기획을 뽑으면 된다는 믿음으로 작업에 들어가요.

Q. 이 모든 과정이 힘들진 않나요? 10년 넘게 계속 그 과정을 반복할 수 있는, 지치지 않는 비결이 있다면?
승림: 당연히 힘들죠. 그래도 어떡해요, 해야죠 (웃음). 저는 막 동기부여, 열정 이런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해요. ‘어차피 힘들 거, 제대로 해야지’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가끔은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어요. 그런데 또 이렇게까지 고생했는데 제대로 안 나오면 아쉽고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서 그냥 하는 거예요. 번아웃을 일상으로 받아들인 거죠.

 

‘그냥 한다’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참 쉬운 말이죠. 하지만, 이 간단명료한 한마디 아래에는 단단한 자기 확신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Q. 윤 감독님에게 믿음이란?
승림: 타인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입증해야 하는 것이요. 사실 재작년쯤에 슬럼프가 왔어요. 그 때 ‘내가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미친 듯이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결론에 닿았어요. 그래서 거의 1년 동안 무리하다시피 해서 정말 많은 일을 했어요. 그렇게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니 작년에 ‘아마겟돈’과 ‘해야’가 동시에 들어왔죠. 그 때 생각했어요. ‘입증할 때가 됐다. 둘 다 찢어보자’라고요(웃음). 그래서 두 작품 다 반응이 터졌을 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결국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한다’며 덤덤하게 말했지만, 한 편의 MV를 제작하는 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가고, 이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그 때문에 윤 감독님은 구성원 하나하나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Q. 수많은 사람들이 투입되는 MV 제작, 감독으로서 팀을 잘 이끌기 위해 신경 쓰는 지점이 있다면?
승림: 개개인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성향은 어떤지 파악하려고 노력해요. 자기가 자신 없는 분야에서 퍼포먼스를 잘 내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작업에 참여하는 모두가 의욕을 잃지 않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적절하게 배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동료들의 편지 ,  메시지로 가득한 윤승림 감독의 책상

Q. MV에 크레딧을 꼭 넣는 것도 비슷한 (구성원들을 독려하기 위한) 맥락일까요?
승림: 맞아요. 일을 잘 마쳤으면 ‘궁디팡팡’을 받아야죠(웃음). 사실 K팝 시장에서 뮤직비디오에 크레딧 넣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냥 “수고하셨습니다~”하고 끝낼 수 있는 걸 클라이언트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더 해야 하거든요. 그래도 크레딧은 창작자로서 제가 지켜야 할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생각해서 꼭 넣고 있습니다.

새롭고 즐거운 2025년을 기대하며

윤 감독님에게 올해는 아주 특별한 한 해가 될 예정입니다. 다가오는 3월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예정인데요. 윤 감독님은 ‘2025년에는 모든 것이 다 새로웠으면 좋겠다’며 웃었습니다.

Q. 감독님의 2025년은 어떤 해가 될까요?
승림: 저는 올해를 모든 것이 새로운, 터닝포인트로 삼고 싶어요. 일단 엄마가 되는 것이 새로운 만큼 새 커리어에서도 새로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직 이 업계에서 출산 후 업무에 복귀한 여성 감독이 없거든요. 제가 그 문을 열어보려고요. 흔히들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자신을 잃는다’고 하잖아요? 전 제가 경험하지 않은 건 믿지 않기 때문에 그 말이 진짜인지 제가 직접 겪어보려 합니다. 엄마도 감독도 전부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Q. 감독님의 복귀가 벌써 기다려지네요. 앞으로 감독님의 커리어는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까요?
승림: 저는 ‘뮤직비디오 감독’보다는 그냥 ‘디렉터’가 되고 싶어요. 주어진 것을 수행하는 ‘오퍼레이터(Operator)’가 아니라 비주얼, 브랜딩, 크리에이티브 등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디렉팅(Directing)을 할 수 있는 사람이요.
 Q. 그렇다면 미래에 ‘디렉터 윤승림’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승림: 같이 작업하고 싶고, 일 할 맛 나는 감독이요. 똑같이 고생하더라도 그 고생이 헛되지 않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해주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솔직히 저랑 일하면 얼마나 힘들겠어요(웃음). 그래도 저랑 함께한 스태프들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너무 행복해하고 이 작업물을 유의미한 포트폴리오로 대해줄 때, 그때가 정말 고맙죠.

 

마지막으로 윤승림 감독님은 자신과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이들에게 응원을 남겼습니다.

승림: 자신의 꿈에 한계를 두거나 장르에 자신을 국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확실히 알고 있는 거예요. 내가 어떤 디렉터가 되고 싶은가를 먼저 고민하세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든, MV 감독이 되든, 비주얼 디렉터가 되든 그건 방식 중의 하나일 뿐이에요. 더 대범하게 큰 꿈을 가지세요.

익숙함을 파고들어 새로움을 만드는 윤승림 감독의 Believe in Me 인터뷰는 HL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