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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캡틴 아메리카: 원터솔져>: 자율주행차의 ‘자기방어’, 닉 퓨리를 구하다

2017년 3월,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는 미국 아리조나를 비롯한 총 4개 주에서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던 무인택시 실험을 잠정 중단하기로 합니다. 

▲ 우버 소속 볼보 XC90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출처: Fresco News)

발표 며칠 전 우버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반 차량과 충돌하면서 전복됩니다. 이 사고 자체는 일반 차량의 과실로 일어났지만,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는 처음이 아닙니다.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서 안전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고, 공도를 달리는 테스트 차량의 어떠한 사고도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와 그 안에 탄 사람이 공격받는 상황에서는 어떨까요? 특정 요인에 대한 조직적인 공격이 일어날 경우,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경호 차량은 자기방어는 물론 적에 대한 공격도 가능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아직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히드라의 ‘경찰차 테러’와 위기에 빠진 닉 퓨리

▲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이 글을 통해 소개할 닉 퓨리 쉴드 국장에 대한 히드라의 테러와 그의 탈출 장면은 2014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초반에 등장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와 블랙 위도우 나타샤는 앞서 쉴드의 연구선 납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부에 위협이 도사리고 있음을 직감하고 이를 닉에게 보고하고 조사를 시작합니다. 

▲실드에서 활약 중인 히드라의 스파이들 (출처: IMDB)

닉 역시 석연찮은 조직 내부의 기류를 느끼고 있던 참이라 당장에 뭔가를 알아보려 혼자 길을 나섭니다.

▲니콜라스 퓨리 (출처: IMDB)

그는 조직의 작전차를 타고 뉴욕 시내 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그가 탄 차 옆으로 뉴욕 경찰의 순찰차가 다가오죠. 닉은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나요'라고 물어보지만, 차에 탄 경찰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진행신호가 떨어지자 경찰차의 움직임이 이상해집니다. 닉이 탄 차를 앞에서 막아선 것입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닉은 차에 탑재된 AI에게 뉴욕 경찰 내부망을 해킹해 이들이 왜 이러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합니다.

▲타호 자율주행차 안에서 마리아와 통화 중인 닉 (출처: IMDB)

이어서 또 다른 경찰차가 나타나 닉이 탄 차를 추돌하고, 그 뒤를 경찰 특공대가 둘러쌉니다. 말 그대로 '독 안에 돈 쥐'가 된 셈입니다.

AI의 보고는 더 절망적입니다. NYPD 정보망에는 주변에 작전 중인 경찰이 전혀 없었던 거죠. 닉은 그들이 쉴드의 적 <히드라> 조직원임을 알아차립니다. 이어서 재빨리 차량에 탑재된 AI에게 최적의 탈출 경로 탐색을 지시하고, 비서이자 나중에 그의 후임이 될 마리아에게 비밀리에 뉴욕으로 날아오라고 명령합니다. 



첨단 기능이 총동원된 ‘쉴드’ 특수차량

▲피격당한 닉의 타호 차량 (출처: IMDB)

닉이 탄 차는 겉모양만 보면 일반적인 미국식 대형 SUV, 쉐보레 타호이지만 그 실체는 특수 작전차량입니다. 차량의 외피와 구조체에는 대통령 전용차 수준의 방탄, 방폭 보강이 됐습니다. 실제 타호 차량은 미국 정부기관에서 유사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그 안에는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인공지능이 탑재돼 있습니다. 미리 허가된 쉴드 요원이 음성 명령을 통해 통신, 정보 수집과 차량 통제도 가능합니다.

▲닉의 자율주행차의 윈드실드 콘셉트 (출처: 특수효과 제작 스튜디오 PERCEPTION)

물론 자율주행도 가능한데, 여기에 보통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차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5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차와 사람을 비롯한 이동체, 도로 설비 등에 충돌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센서를 통해 이를 인지하고 적절하게 차를 움직여 피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보호할 의무를 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닉이 탄 차에는 위급상황에서 장애물을 밀어내고 부수면서 탈출할 수 있도록 ‘자기방어 알고리즘’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작전 중 적들에게 둘러싸여 공격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위급상황을 벗어나는 ‘자기방어 알고리즘’

▲외피 보호 능력을 잃고 통신 장치도 고장 난 닉의 자율주행차 (출처: 특수효과 제작 스튜디오 PERCEPTION)

극 중에서 차량은 피격으로 외피의 방탄능력이 낮아지자 탑승자에게 이에 대해 보고하고 견딜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자동으로 자기보호 기능을 활성화합니다. 지금까지 이 차가 ‘키트 KITT’였다면, 이제부터는 ‘카 KARR’인 셈입니다. 또 강력한 엔진의 힘을 이용해 앞뒤의 경찰차를 밀어낸 후 포위망을 뚫고 탈출을 감행합니다.

▲ <캡틴 아메리카: 원터솔져>에 등장하는 액션 씬 (출처: IMDB)

이어지는 추격신에서는 적을 따돌릴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찾고 심지어 적이 쏜 총알을 피하는 회피기동까지 선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차에 탑재된 레이더, 라이다. 적외선, 자이로스코프 센서 등이 차량과 주변 사방 수십 미터 내의 장애물 들의 위치와 움직임 파악하고 AI가 몇십 분의 일초 단위로 다음 상황을 예측해 조향, 감속과 가속 등 차량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제어합니다. 또 직접 관측이 불가능한 위치나 더 넓은 영역에 대해서는 내외부의 3D 지도, 실시간 교통정보를 참조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닉의 명령 한 마디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동모드로 전환되죠. <캡틴 아메리카: 원터솔져>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는 극히 이례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이 일반에 보급된다고 가정한다면, 화재나 자연재해, 전쟁 등 비상 상황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미래의 자율주행차와 AI가 해결해야 할 과제

미래의 자율주행 소방차는 빠른 화재진압을 위해 불법 주차된 민간인의 차를 밀어내야 할 겁니다. 좀 더 극단적인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미래의 경찰은 도주하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 일부러 차를 추돌해 길 밖으로 밀어내고, 그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 <캡틴 아메리카: 원터솔져>에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 씬 (출처: IMDB)

이런 상상들은 일반적인 자율주행 상황보다 복잡합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탑승자가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 자동차가 스스로 위험에서 탈출할 경우,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적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그에 맞는 가치판단까지 내리는 문제에 이르면 더더욱 복잡해집니다. 물론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으로는 고정된 장애물을 제대로 피하는 일조차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훨씬 앞선 미래를 생각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재미있는 영화의 한 장면이든 언젠가 만들어내야 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일이든 마찬가지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