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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 줄 알았지? VR 가상현실을 만난 자동차 산업

LIFESTYLE 2020. 5. 22.

VR(Virtual Reality)은 게임만을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VR을 이용해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 차량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고객을 위한 신차 체험 프로그램도 등장했습니다. VR 기술이 얼마나 자동차 산업을 바꿀까요? 이번 포스트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개발과정의 98%가 디지털 - 볼보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

과거 자동차 디자인의 시작은 펜을 쥐고 종이에 스케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점토로 실제 자동차 크기의 모양을 만든 후 깎고 다듬어 실제 자동차와 동일한 크기의 모형 차를 완성했습니다. 당연히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디자인이 아닌 개발과정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 VR 기술로 개발된 볼보의 S60 (이미지 출처: 볼보자동차그룹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국내에 2019년 출시된 볼보의 중형세단인 S60의 개발 과정은 98%가 디지털로 진행된 결과물입니다. 2017년에 출시된 XC60 디자인의 50% 정도에만 디지털 기술이 사용된 것에 비하면 대단히 빠른 변화죠. 

그리고 이 중심에 VR 기술이 있습니다. 거리상 멀리 떨어진 스웨덴과 미국의 직원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 미세한 자동차 디자인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VR 기술로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한 것이죠. 또한 볼보는 회의와 교육에도 VR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2. 여러 실험과정을 VR로 - 폭스바겐 버추얼 엔지니어링 랩

볼보와 마찬가지로 폭스바겐 역시 VR을 이용해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름 자체가 폭스바겐 버추얼 엔지니어링 랩(Virtual Engineering Lab)입니다. 가상현실은 시공간의 제약의 극복은 물론, 어떤 작업이나 변경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VR을 이용한 하는 폭스바겐 버추얼 엔지니어링 랩의 작업환경(이미지 출처: 폭스바겐 버추얼 엔지니어링 랩 홈페이지)

극히 일부분만 바뀌는 부분 변경 모델을 설계하는 경우, 새로운 라이트나 후미등, 휠 등이 차체와 잘 어울리는지 바로 적용하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과거 방식은 새로운 부품을 적용하고 확인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또 실제 주행 환경을 테스트하기 위해 윈드 터널을 만들고 실제 차량에 바람을 쏴 공기가 흐르는 모습도 테스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가상현실이 이런 수고를 모두 없앴죠. 실험실까지 디지털로 대체했으니까요.


3. VR로 설계 검증을 쉽게 - 현대기아차 가상 차량 개발 프로세스

한국 자동차도 VR 기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올해 출시한 기아자동차의 3세대 K5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VR 설계 품질 검증 프로세스를 활용했습니다. 가상 환경 속에서 차량의 단면을 살펴보고 조립 상태를 확인할 수 있죠. 현실이라면 실제 차량을 강력한 톱으로 잘라봐야 가능한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 자동차의 개발과 검증, 품평까지 VR을 적용한 현대기아차(이미지 출처: 현대자동차 HMG 저널)

쾌적한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VR 기술이 유용합니다. VR로 실내 공간을 만들면 운전석의 공간감과 시야 확인은 물론, 실내에 두루 쓰인 금속과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에 반사된 빛이 운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태양의 위치와 빛의 세기까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 차량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측면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약됩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작년 12월 경기도 화성의 남양기술연구소에 20명이 동시에 VR 기기를 착용하고 디자인을 품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자동차의 개발과 검증, 품평까지 VR 기술을 적용시킨 셈입니다.


4. VR을 이용한 차량 체험 - 포르쉐

이제는 차량 체험도 매장에 갈 필요가 없어질지 모릅니다. 포르쉐는 자사의 첫 번째 전기 스포츠카인 타이칸을 위해 VR 가상 매장을 마련했습니다. VR 헤드셋을 쓰고 차량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죠.

▲ 포르쉐가 만든 타이칸의 VR 앱 실행 모습 (이미지 출처: 포르쉐 미디어 센터)

가상의 포르쉐 타이칸에 시선을 두고 움직이면, 그에 따라 다른 각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제 매장에서 체험하는 것과 최대한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정교한 모델링에 힘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차량 색상이나 가죽 재질, 인테리어 옵션, 대시보드 컬러 등을 바꿔 미리 옵션이 적용된 차량을 경험할 수 있는 메뉴도 있습니다.


5. 자율주행차에서 즐기는 VR 콘텐츠 – 아우디, 포드

이외에도 VR 기술은 자동차 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지금 소개해 드릴 내용은 운전에 개입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 시뮬레이션입니다. 

▲ 아우디와 홀로라이드의 뒷좌석용 VR 콘텐츠 (이미지 출처: 아우디 홀로라이드 웹사이트)

아우디는 VR 장치를 이용해 자동차 뒷좌석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마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등장하는 우주선에 탑승한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아우디와 홀로라이드의 뒷좌석용 VR 콘텐츠 (출처: 홀로라이드 유튜브)

차량이 우회전하면 가상의 우주선도 방향을 틀고, 속도를 높이면 빠르게 이동하는 식이죠. 이를 위해 아우디는 디즈니와 함께 VR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업그레이드할 ‘홀로라이드(Holoride)’란 스타트업을 만들었습니다. 홀로라이드는 3년 이내에 이 VR 콘텐츠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자동차가 신호등에 걸리거나 도로 정체를 만나면, 간단한 퀴즈 프로그램이나 숨겨진 콘텐츠가 실행되는 재미있는 기획도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방금 소개한 홀로라이드는 아우디의 VR 콘텐츠 말고도 포드와 유니버설 픽처스와 함께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와 관련된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포드는 우주선이 등장하는 SF 대신 액션 어드벤처를 선택했습니다. 

▲ 포드와 홀로라이드가 함께 만든 VR 콘텐츠 시연 (출처: 홀로라이드 유튜브)

체험자는 주행 중 가상현실 속에 등장하는 괴물을 물리치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미 작년 10월 미국에서 체험이벤트까지 진행했었죠. 아우디와 마찬가지로 차량 주행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데이터와 이동 경로가 적용되어 콘텐츠 내용이 조금씩 수정되며, 음향효과와 비주얼도 데이터에 맞게 변경되는 인터랙티브형 VR 콘텐츠입니다.


VR 기술이 가져올 자동차의 변화

현대기아자동차는 VR이 연구개발 전 과정에 도입되는 경우, 신차 개발 기간은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자동차를 직접 만들지 않고 개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품을 만들거나 조립하기 전에 단차가 있는지를 미리 조사해 개발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에게는 높은 몰입감의 경험으로 해당 모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VR 헤드셋만 보유하고 있다면 현장이나 매장에 가지 않고도 모터쇼를 구경하거나 신차를 만날 수 있는 시대도 곧 올 것 같습니다. VR이 바꾸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