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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내 차의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폐차 대신 자동차 ‘리스토어’ 어때?

여러분에게 자동차는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는 움직이는 금속 덩어리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자동차가 단순히 물건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삶의 순간을 공유하며 추억의 저장소가 되기도 하죠.

영화 ‘존 윅’의 주인공, 존은 낡은 머스탱을 무엇보다 애정합니다. 죽은 아내의 유품으로 추억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존의 복수가 강아지의 죽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지만 자동차 도난이 결정타였습니다. 그가 러시아 갱단에게 복수하며 ‘너흰 내 차를 훔쳐 갔어’라는 말을 먼저 내뱉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에게 자동차는 무엇보다 귀중한 존재였습니다.

▲ 복수의 원인이 된 존 윅의 차 ‘69년도식 머스탱 보스 429’ (이미지 출처: 조이앤컨텐츠 그룹)

이처럼 자동차는 무조건 새 차가 좋다는 인식은 깨진 지 오랩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희소성 있는 올드카는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이죠. 이는 ‘리스토어’가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리스토어가 대체 뭔데?

리스토어(Restore), ‘회복시키다’라는 단어 의미 그대로 오래된 차량을 복원하는 일을 말합니다. 성능 향상이나 형태 변형이 목적인 튜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요. 부품 하나까지 출시 상태 그대로를 고집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렇게 재탄생한 차량은 복제품과 달리 오리지널리티를 인정받습니다.

우리나라는 80년대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그러나 부품 수급 등의 문제로 미약한 수준입니다. 반면, 자동차 역사가 긴 미국과 유럽에선 대중적인 문화입니다. 차량 오너가 많아 보험 상품 등의 애프터 마켓도 잘 조성된 편이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리스토어 정책’

차량은 시대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입니다. 브랜드 고유의 가치와 신념이 차 전체에 녹아 있죠. 역사가 긴 브랜드일수록 리스토어를 적극적으로 장려합니다.

▲독일 펠바흐에 위치한 벤츠 클래식 센터 (이미지 출처: 벤츠 클래식 센터)

벤츠는 별도의 클래식 센터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반 고객의 차량 복원 뿐만 아니라 판매 중개까지 나서며 클래식 카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연간 4만 대의 차량이 이곳을 방문하는데요. 단종된 지 20년 이상 된 모델이 주 대상입니다. 나아가 수리된 자동차는 인근 자동차 박물관에서 전시됩니다. 모두 즉시 시동을 걸고 주행이 가능한 상태이죠.


▲리스토어 된 ‘벤츠 540K 스트림라이너’ (영상 출처: 벤츠 유튜브)

▲ 2010년 첫 문을 연 BMW 클래식 센터 (이미지 출처: BMW 클래식 센터)

BMW 역시 클래식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도로 위를 달리는 클래식 모델만 60만 대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작업 기간은 통상 1년 반으로 짧지 않지만, 해마다 요청이 늘고 있는데요. 독일 외에도 스위스와 북미 지역에 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입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이른바 ‘덕심’을 자극하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게다가 오래 탈 수 있는 차라는 인식을 심기에도 안성맞춤이죠. 비싼 값에 거래되는 클래식 카 상당수가 독일 브랜드라는 사실이 이 점을 뒷받침합니다.


코리안 클래식을 기다리며

물론 리스토어 결정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반 차량보다 정비 공간도 3~4배 이상 필요할 뿐더러 완성 시간도 예측할 수 없죠. 숙련도 높은 정비공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수천만 원에서 시작하는 정비 비용 역시 부담입니다. 사양에 따라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가죠. 어쩌면 자동차를 물려받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더 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리스토어의 목적은 성능 좋은 차량의 보존이 아닙니다. 희소성 있는 차랑 보유를 통한 개성 표출에 있죠.


▲2018 소더비 경매에 등장한 페라리 250 GTO (영상 출처: 소더비)

게다가 잘 고쳐진 차량은 열 차량 부럽지 않은 가격에 판매됩니다. 2018년, 미국 소더비 경매에 등장한 ‘62년식 페라리 250 GTO’가 우리 돈 560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현대자동차 H리스토어 캠페인 (이미지 출처: 현대자동차)

우리나라에선 아직 먼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지난 2018년 현대자동차는 재능 기부의 일환으로 구식 모델의 리스토어를 진행했습니다. 20면의 전문 정비사가 투입돼 4주간 노후 차량 2대를 무상 복원했죠. 고객 수요를 반영한 이벤트성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죠. 현재까지 많은 자동차 오너가 사설 업체를 통해 리스토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인증 대상 품목 확대 등 정책 개선으로 시장 규모를 키울 방침인데요. 언젠가 우리 도로 위를 달릴 감성 차량의 귀환을 기대해봅니다.


참고 자료

▲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 (https://www.mercedes-benz.com/en/classic/)

▲BMW 클래식 센터 (https://www.bmwgroup-classic.com/e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