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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대전의 승자는 과연 누구? 대표 전기차 플랫폼 총정리

LIFESTYLE 2020. 7. 10.

▲ 미국 전기차 전문 기업 카누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출처: 카누)

요즘 발표되는 신차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죠. 자동차에서 플랫폼은 뼈대 또는 골격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플랫폼 바깥에 바퀴를 붙이고 안쪽에 엔진을 올리며 시트를 포함한 다양한 내장재를 얹습니다. 마지막으로 외관을 씌워 자동차를 완성합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플랫폼을 이용해 자동차를 만드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내연기관은 물론 전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가 플랫폼으로 만들어지는 이유

새로운 자동차가 나올 때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 개발비용을 발표합니다. 얼핏 봐도 꽤 큰 비용인데 이미 개발된 플랫폼이 아니라면 더 많이 들어갔을 겁니다. 차종마다 플랫폼을 개발하는 대신 잘 만든 플랫폼을 이용하면 개발비용은 물론 기존 설비를 그대로 사용해 생산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Modular Electric Drive Toolkit)로 양산된 폭스바겐의 첫 전기차 ID.3 (출처: 폭스바겐)

그런데 차량의 크기나 길이가 다른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과거에는 같은 플랫폼이라도 길이를 조금씩 다르게 해 몇 개의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현재는 레고처럼 쉽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모듈형 플랫폼이 대세입니다. 모듈형이라면 하나의 플랫폼으로 소형차나 세단, SUV 등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대량 생산 차량이 이 모듈형 플랫폼으로 만들어집니다. 

전기차 시대에는 전기차 플랫폼 

현재 도로를 달리고 있는 전기차는 몇몇 모델을 제외하면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전기차의 골격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다릅니다. 전기차 모터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크기가 작아서 보닛 안쪽 공간이 많이 남습니다. 반면 자동차 바닥 쪽에 주로 배터리를 집어넣기 때문에 바닥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부품도 다릅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2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갑니다. 이 부품들은 1천여 개의 모듈로 조립되어 있죠. 전기차는 부품 개수도 적지만 모듈 또한 내연 기관 자동차의 1/3 수준인 2~300개로 줄어듭니다. 모듈 개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독립적인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폭스바겐 MEB

▲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 (출처: 폭스바겐)

모듈형 플랫폼의 원조는 2012년 폭스바겐이 발표한 MQB(modularen Querbaukasten) 플랫폼입니다. 아우디 A3에 처음 시도된 이 플랫폼은 이미 1억 대 이상의 차량에 적용되었죠. 폭스바겐은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기차의 상황에 맞는 MEB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MEB는 엔진 공간을 줄이고 앞뒤 바퀴의 간격(휠베이스)을 늘려서 배터리 공간을 확보한 설계입니다. 아울러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폭스바겐은 이 MEB 플랫폼을 새롭게 전기차를 만들거나 소량 생산하는 회사에 판매할 계획입니다. 

▲ 폭스바겐의 콘셉트카 ID. 버기 (출처: 폭스바겐)

이를 위해 MEB 플랫폼을 활용한 콘셉트카 ‘ID. 버기(Buggy)’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독일의 e-모빌리티 스타트업인 e.GO Mobile AG가 파트너로 참여했습니다. 폭스바겐은 MEB 외에도 대형 차량을 위한 전기차 플랫폼인 MLB Evo와 고성능 차량을 위한 J1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MLB Evo는 아우디의 e-트론과 e-트론 스포트백 모델에, J1은 포르쉐의 전기스포츠카인 타이칸에 적용되었습니다.

아우디 포르쉐 PPE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아우디와 포르쉐는 전기차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이 함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여러 차량에서 섀시를 공유하는 등 협업 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비용절감 차원에서 함께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아우디와 포르쉐가 함께 만드는 PPE(Premium Platform Electric) 플랫폼 (출처: 아우디)

아우디와 포르쉐가 함께 만드는 전기차 플랫폼은 PPE(Premium Platform Electric)입니다. J1 플랫폼처럼 800V 급속충전을 지원합니다. 충전 전압이 높을수록 열도 많이 나기 때문에 냉각시스템의 효율을 높여 20분 충전으로 전체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그동안 폭스바겐 그룹이 만들었던 여러 전기차 플랫폼의 장점을 모은 설계입니다. 그래서 같은 크기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더 넓은 거주공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기본 구성은 뒷바퀴 사이에 모터가 들어가지만 앞바퀴 사이에 하나를 더 넣거나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승차감을 향상시키는 에어서스펜션이나 코너링 성능을 높여주는 사륜 조향 시스템도 넣을 수 있죠. 이 플랫폼에 적용되는 배터리는 삼성 SDI가 공급할 예정입니다.

GM Ultium

▲ GM이 공개한 얼티엄 배터리와 이를 동력원으로 하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출처: GM)

GM 산하 브랜드인 쉐보레에는 볼트 EV라는 전기차 모델이 있습니다. 얼마 전 한 번 충전으로 414km를 달릴 수 있는 새 모델이 국내에 출시되었죠. 배터리 용량은 66kWh로 비슷한 크기의 전기차에 비해 더 많은 용량입니다. 이 배터리는 LG화학이 공급한 299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GM과 LG화학은 이미 얼티엄(Ultium) 배터리 플랫폼을 함께 개발했습니다. 볼트 EV같은 소형 전기차부터 거대한 픽업트럭, 일반 상용차까지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차종에 적용하도록 배터리 팩을 가로나 세로 방향으로 배치할 수 있는 구조이며 전륜구동과 후륜구동, 사륜구동 등 다양한 구동방식 적용이 가능합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소모품이며 수명 연한이 지나면 교체가 필요합니다. 얼티엄 플랫폼의 배터리 가격은 1kWh당 100달러 미만으로 낮아질 전망입니다.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코발트 함량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되었기 때문이죠. GM은 얼티엄 플랫폼으로 산하 브랜드인 쉐보레, 캐딜락, GMC, 뷰익 전기차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현대자동차 E-GMP, PBV

현대자동차는 독자적인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 중입니다.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탑재한 첫 번째 전기차는 2021년 출시 예정입니다.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지금보다 25% 정도 늘어나 500km 이상의 거리를 달릴 수 있습니다. 

물류 운반이나 공유 차량을 위한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은 미국의 전기차 전문 기업인 카누(Canoo)와 함께 연구 중입니다. 카누는 2019년 만도와 50만대 분량의 조향시스템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기도 하죠. 

▲ 현대자동차는 미국 카누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활용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이다 (출처: 현대자동차)

카누는 ‘스케이트보드’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납작한 뼈대에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구동 모터 등을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탑재하고 용도에 따라 다양한 상부 차체를 올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간단한 구조로 플랫폼의 크기와 무게, 부품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개발 비용도 줄일 수 있죠. 

이 플랫폼은 승용형 전기차는 물론이고 완전히 새로운 운송수단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현대자동차는 영국의 상업용 전기차 업체인 어라이벌에 약 1,300억 원을 투자하고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에 기반한 도심형 밴, 소형 버스 등 상용 전기차를 공동 개발할 계획입니다.

플랫폼의 미래가 전기차의 미래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개발과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낮아지고 플랫폼 자체 판매도 가능합니다. 전기차의 내부를 보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남는 공간이 많습니다. 내연기관보다 구조가 간단하며 훨씬 적은 개수의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이죠. 

부품 개수가 줄어들면 기성 부품으로 완성차를 만드는 제조사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플랫폼을 발표하고 새로운 자동차 회사가 탄생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