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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남은 전기를 뽑아 쓴다?! ‘돈 되는’ V2G 기술

LIFESTYLE 2020. 7. 28.

이미 다음 자동차는 전기차로 결정한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전기차의 단점은 충전에 걸리는 시간과 내연기관 차량보다 주행거리가 짧은 정도이니까요. 최근 전기차는 신기술과 맞물려 디지털 기기의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습니다. 휴대용 보조 배터리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듯 전기차로 다양한 시설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죠. 이를 V2G(Vehicle To Grid)라 부릅니다.

V2G는 전력 공급의 대상에 따라 V2H(House), V2B(Building) 등으로 세분됩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전력은 주행을 위해 사용되지만, 전력 사용이 많은 피크 타임에는 이 전력을 집이나 건물, 산업시설 등으로 전송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는 운용비용이 낮아 경제적이기에 ‘전기차를 타는 것 = 돈을 버는 것’이라고도 하는데요. 내 차의 전력을 다른 곳에 공급해 정말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V2G의 활용법

여름에 폭염이 지속되면 전기 수요는 급격히 늘어납니다. 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발전소를 무한대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발전소는 도시에서 먼 곳에 지어지니 발전소에서 도심까지 전력 이동 거리가 매우 길어집니다. 

이 때문에 전력 수요 피크 타임에는 송전선이 막히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죠. 하지만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은 밤에 충전해 둔 전기차의 전력을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활용하면 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릴 확률도 줄고 발전량이 줄어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전력 전송 거리가 매우 짧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품질의 전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도시에서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전기가 사용되는 만큼, 전기차 시대의 V2G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가 실제 운행되는 시간은 하루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주차되어 있기 때문에 차량을 전력 공급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닛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5만 대에 탑재된 배터리를 통해 최대 2GWh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데 이것은 소도시의 하루 전력 소모량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또한 전력 판매와 수급에 대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백화점은 여름이나 겨울 냉난방에 상당히 많은 전력을 소모합니다. 만약 백화점이 고객 대상으로 지하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전력을 공급받고, 그 대가로 백화점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V2G 멤버십을 운영한다면 백화점과 고객 모두 이익이 될 겁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활용법이 있겠죠?


실제로 얼마를 벌 수 있을까?

국내의 V2G는 아직 연구 단계지만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도 있습니다. 영국 정부의 산하 기관인 OLEV(Office for Low Emissions Vehicles)와 Innovate UK는 닛산의 전기차인 리프 2세대 1,000대를 이용한 그리드 충전소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전기를 공급한 차주에게는 연간 350파운드의 금액을 지불할 예정이죠. 이 금액은 우리 돈으로 대략 52만 8천원 정도입니다. 물론 이 상황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계산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 닛산 2018 리프와 V2G 충전 스테이션의 모습 (출처: V2G UK)

우리나라에서 급속충전 비용은 1kWh당 255.7원(2020년 7월 6일 이후 기준)이니 64kWh의 용량을 충전하면 16,364원입니다. 이렇게 충전을 하면 대략 400km 정도를 달릴 수 있죠. 하루 40km를 왕복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10일에 한 번씩 충전하게 됩니다. 

한 달 기준 20일을 출퇴근한다면 2번 정도를 충전하게 되어 총 비용은 32,000원이 조금 넘습니다. 52만 8천원이면 대략 8개월 출퇴근을 해결할 수 있죠. 금액적으로 벌써 기대가 되는데, 다른 국가의 V2G 현황도 알아볼까요?


전 세계 V2G 적용 현황

▲ 2020년 5월 가동을 시작한 FCA와 ENGIE Eps의 V2G 설비의 모습 (출처: FCA)

FCA(피아트크라이슬러)는 올해 5월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미라피오리에서 V2G 설비의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64대를 연결할 수 있는 설비이며, 내년에는 한 번에 전기차 700대를 연결해 전기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최대 전력 공급량은 25MW로 1만15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폭스바겐그룹도 V2G에 참여해 2025년까지 350GWh 규모의 전력 저장 능력을 갖추겠다고 했습니다. 이 용량은 지구 전체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5%에 해당하는 규모이자 모든 나라의 수력 발전 전력을 합친 것보다 큽니다. 이미 MQB 기반의 전기차 플랫폼인 MEB를 여러 회사에 공급할 예정이며, 산하의 아우디와 포르쉐가 만든 전기차 플랫폼까지 있으니 이를 기반으로 관련 사업을 선점하겠다는 의미일 겁니다.


V2G 이후에는 ESS

V2G 개념에서 보면 전기차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 장치인 ESS(Energy Storage System)의 역할을 합니다. 이런 전기차의 배터리는 내부에 굉장히 많은 숫자의 작은 배터리를 포함합니다.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작은 배터리의 일부는 원래 성능에 미치지 못하게 됩니다. 

주행거리가 조금씩 짧아지거나 출력이 제대로 안 나오게 되죠. 마치 내연기관이 일정 거리를 주행하면 성능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성능이 떨어지는 전기차 배터리는 재생 과정을 거쳐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 이 역시 기계적인 부분이 많은 내연기관에서는 얻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또한, 더 재생할 수 없거나 성능이 모자란 배터리를 따로 떼어내 ESS 장치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나 부족할 때 쓸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여기서 이야기하는 성능은 전기방출량의 측면입니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용량도 용량이지만, 순간적으로 매우 높은 전기 방출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반 가정용이나 산업용 전기 저장장치라면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보다 낮은 전기방출량으로도 충분합니다.

▲ 전기차 배터리로 가로등을 만든 닛산의 THE REBORN LIGHT (출처: 닛산)

2010년 세계 최초의 상용 전기차로 기록된 리프의 배터리 중 상당수는 ESS가 되었습니다. 닛산은 효율이 떨어진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이용해 가로등을 만들었습니다. 위쪽에는 태양광 패널을 달아 자체적으로 전기를 만들어 ESS에 저장합니다. 

그래서 이 가로등에는 전원 공급을 위한 케이블의 매설이 필요 없습니다. 후쿠시마의 나미에 시에 세워진 이 가로등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의 피해 복구에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V2G를 위한 조건들

V2G 사업을 고려하는 거의 모든 업체는 이 ESS 장치의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소개한 FCA(피아트크라이슬러)의 경우, 이제 막 피아트 500 전기차를 내놓은 시점에서 V2G부터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죠. 

V2G와 ESS 때문에 자동차 회사는 앞으로 에너지 관련 회사로 발전할 것이란 분석도 많습니다. 물론 이 V2G 기술이 구현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들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배터리의 수명과 용량이 늘어나야 다른 곳에 부담 없이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겠죠.

또한 전기차와 충전기가 전력을 양방향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며, 전력망과 전기자동차의 데이터 교환을 위한 통신 기술도 개발되어야 합니다. 이런 인프라와 함께 전기차가 양질의 전기를 재전송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합니다. 만약 전기차에서 공급되는 전력의 품질이 떨어진다면 이 전력을 사용하는 장비나 및 가전제품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울러 상용화를 위해서는 관련 장비의 가격이 더 저렴해져야 합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차요금을 전기로 지불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V2G UK( https://v2g.co.uk/ )

▲FCA( https://www.fcagroup.com/ )

▲닛산( https://www.nissan-glob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