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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라이다 때문에 자동차 디자인을 바꾼다?!

자동차 디자인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엠블럼’입니다. 모든 브랜드는 고유의 엠블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안에는 브랜드의 역사, 가치관 등이 녹아 있는데요.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기에 엠블럼 교체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좌) BMW의 새로운 로고, 기존과 유사하지만 보다 평면적으로 바뀌었다 (출처: BMW)

그런데 최근 다수의 완성차 업체가 엠블럼 교체를 선언했습니다. 새로 바뀐 엠블럼은 2D 디자인이 적용됐는데요. 기존의 디자인 요소는 유지하되, 입체감을 없애 심플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미니멀한 디자인이 유행하고 있다지만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행보를 택한 것은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는데요. 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꼭꼭 숨어라! 라이다 센서 보일라

미국 자동차공학회는 운전자동화 기술을 레벨 0에서 5까지 6단계로 구분합니다. 여기서 레벨 3단계 이상을 자율주행차로 정의하고 있죠. 레벨 3은 부분 자율주행 단계로 고속도로 등 일정 구역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합니다. 레벨 4에선 자율주행 차량이 메인으로 운전하며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합니다.

먼저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레벨 4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기를 2030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겼습니다. 세계 최초로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기록을 통해 국제 표준과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죠. 더불어 올해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을 출범하며 법 정비에 나섰습니다.

다른 나라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이에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혼다의 레벨 3 자율주행차 ‘레전드’ 판매를 시작했으며 관광지 내 레벨 3 자율주행 차량의 상업적 운행이 허가됐죠. 독일 역시, 자율주행 실용화를 위한 법 초안을 세계 최초 상정하며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각국의 현황에서 알 수 있듯 자율주행 도입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흐름에서 완성차 업체가 가장 중요시하는 기술이 바로 ‘라이다 센서’입니다.

라이다 센서는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그 빛이 사물을 맞고 되돌아온 시간, 강도, 방향 등을 분석해 주변 상황을 3차원으로 인식합니다. 초당 수백만 개의 레이저 빔을 발사하여 사람의 눈만큼 정밀하고 입체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데요.

지붕 위 뿔처럼 보이는 라이다 센서 (출처: 웨이모)

문제는 디자인입니다. 라이다 센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넓은 시야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이에 자율주행차 개발 초기에는 차량 상부에 센서를 부착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으나 미관상의 이유로 지적을 받았습니다.

외관을 해치는 라이더 센서를 숨겨 디자인의 일체감을 부여 (출처: 벨로다인, 벤츠)

고심 끝에 완성차 업체는 라이다 센서를 전방으로 가져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릴 등지에 센서를 부착하다가 최종적으로 엠블럼 뒤에 집어넣게 됐죠. 이때 센서 공간 마련을 위해 엠블럼의 음각 표현이 사라지고 지금과 같은 디자인이 완성됐습니다. 이러한 디자인 트렌드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입니다.

 

‘안티 라이다’를 외친 테슬라

하지만 모두가 라이다 센서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테슬라는 ‘안티(anti) 라이다’를 외치며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데요.라이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초기 자율주행차 개발에 사용된 라이다 센서는 대당 8천만 원을 호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차량 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상용화의 발목을 잡았죠.

지난해 9월 열린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FSD 출시를 선언한 일론 머스크 (출처: 테슬라)

현재 테슬라는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완전자율주행(FSD)이라고 불리는 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토파일럿이 ADAS처럼 차선 또는 차량 간 간격을 유지하는 기능이라면 완전자율주행은 이름처럼 고속도로 내 자율주행, 자동 차선 변경, 자동 추자 등 한층 진보한 기능을 제공하죠. 지난해 10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완전자율주행은 표준 오토파일럿 패키지의 별도 옵션으로 1만 달러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이 기능은 라이다 센서 대신 여러 대의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이용합니다. 수집한 이미지를 하나로 합친 뒤 딥러닝 기술로 분석하여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단 실시간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만큼 소프트웨어 성능이 중요합니다. 테슬라는 오래 전부터 방대한 양의 고객 주행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주행 상황에 유연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죠.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합니다. 라이다 센서와 대비하여 그 성능이 70% 수준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테슬라가 ‘FSD’ 베타 서비스를 실시한 이래로 테슬라 차량의 잇단 교통사고가 발생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 충돌 사고 23건에 대해 대대적 조사에 나섰는데요. 안전 위험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며 FSD는 자동차를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기능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소비자 보호단체 ‘컨슈머리포트’가 최근 테슬라의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숱한 논란에 주가가 급락하며 아성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라이다 센서를 국산화하다!

높은 정확도를 갖는 라이다 센서는 외부 물체를 감지할 수 있다 (출처: 벨로다인)

여전히 라이다 센서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꼽힙니다.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가 이를 필요로 하는 만큼, 향후 시장의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자율주행 3D 라이다 상용화를 위한 MOU’을 체결한 만도와 서울로보틱스 (출처: 만도)

이에 국내 자동차 부품사 만도는 라이다 센서 개발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만도는 지난 2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서울로보틱스’와 ‘라이다 센서 상용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도화된 자율주행용 센서 솔루션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국산화를 통해 라이다 센서의 가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율주행의 핵심 ‘라이다 센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국산화와 기술 개발로 신속한 대중화를 이루기 바라며 안전한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