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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탄소 먹는 하마? 꿈의 연료 ‘이퓨얼(E-fuel)’ 들어 보셨나요?

최근 내연기관 자동차 구매를 망설이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지난 7월, EU는 ‘Fit for 55*’가 발표하며 2035년부터 유럽 내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했습니다.

*Fit for 55: 2030년 EU의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이기 위한 계획안

이처럼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며 내연기관차는 하루아침에 미운 오리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도로 위 내연기관 자동차를 친환경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이퓨얼(E-fuel)’입니다.

 

내연기관차가 ‘탄소빌런’으로 지목된 이유는?

 

휘발유 대신 친환경 E-fuel!

이퓨얼(E-fuel)은 전기 기반 연료(Electricity-based fuel)의 약자로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에 이산화탄소나 질소를 혼합하여 만드는 신개념 합성 연료입니다. 탄화수소로 석유와 화학적 구성이 동일한 데다 에너지 밀도도 경우 수준으로 높아 가솔린과 디젤은 물론 제트 엔진에 두루 사용이 가능하죠.

한편, E-fuel은 생산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연료로 사용하는 ‘공기 직접 포집 방식(DAC)’을 이용하므로 온실가스 저감에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대규모 생산만 가능하다면 내연기관차도 전기차처럼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E-fuel 잡기에 나선 완성차 업계

로열더치셸社가 생산한 E-fuel 연료를 공급받은 KLM 여객기/(출처: KLM)

그렇다면 성능 문제는 없을까요?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E-fuel 혼합 연료를 사용해 상업용 비행을 마쳤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목적지인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매끄럽게 날아갔는데요.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E-fuel 투자에 불을 지폈습니다.

현재 E-fuel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독일과 일본으로 자동차 산업의 강국들입니다. 독일은 2019년 E-fuel 생산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계획(Power to X)을 발표하 고수 천만 유료를 투자 중이죠. 일본 역시 지난해 E-fuel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E-fuel 가격을 휘발유 가격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E-fuel 생산을 위한 상업 플랜트 건설에 나선 포르셰/(출처: 포르셰 AG)

민간 역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포르셰는 지멘스에너지와 함께 하루 오니(Haru Oni)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칠레의 푼타아레나스 지역에 세계 최초 E-fuel 생산을 위한 상업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아우디 역시 2017년 E-fuel 연구시설을 설립해 연료 생산과 엔진 실험을 진행 중이죠. 일본 자동차 브랜드 도요타와 닛산, 혼다도 지난해 7월 본격적인 E-fuel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매력적인 E-fuel, 경제성은 ‘글쎄’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E-fuel에도 몇 가지 약점이 존재합니다. 우선 생산비가 높아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E-fuel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온·고압 공정이 요구됩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 에너지가 소모되는데요. 100km 주행에 필요한 E-fuel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은 103kWh. 반면 동일한 조건에서 전기차는 15kWh, 수소차는 31kWh의 전력을 사용합니다.

투입되는 전력량이 커지면 그만큼 제조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현재 E-fuel 생산 비용은 리터 당 약 5,000원으로 휘발유 가격의 10배입니다.

둘째, 소량이지만 주행 중 탄소가 배출됩니다. 다만,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다시 포집해 반복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 퇴출을 막기 위한 마지막 한 수!

이러한 문제에도 완성차 업계가 E-fuel 개발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내연기관 퇴출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것을 LCA(Life Cycle Assessment) 평가라고 합니다.  LCA 관점에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따라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기존 산업을 무리하게 개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유럽 자동차제조협회(ACEA)는 내연기관 기술 자체보다 친환경적 합성연료의 부재가 문제이며, 효율적 탄소 감축을 위해 전환기간 동안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엔진 등 다양한 기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독일 자동차 산업협회(VDA) 또한 2035년 내연기관 판매금지 대신 합성연료와 연료 전지에 대한 혁신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죠.

탄소 중립을 지키는 E-fuel은 자동차 산업이 서서히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습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E-fuel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 마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쉽지 않은 탄소 중립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