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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人사이드] 국내 최초 ‘자율주행차의 눈’을 만들다. 정성희 만도 수석연구원

PEOPLE 2020. 4. 24.

이제 자동차는 차량이나 보행자와 충돌을 알아서 감지해 멈춰 서고, 알아서 안전거리를 유지합니다. 이처럼 자동차가 더욱 똑똑해진 이유는 바로 차량용 레이더라는 ‘눈’을 얻었기 때문인데요. 지난 5월, 이 차량용 레이더 기술로 ‘제54회 발명의 날’ 산업포장을 수상한 만도의 정성희 수석연구원은 대한민국 최초로 이 기술을 국산화한 주역입니다. 

이번에 그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초고주파 77기가헤르츠(㎓) 장거리 레이더`는 사고를 원천 예방하는 최첨단 지능형 안전 제품으로, 최신 차량에 적용된 반(半)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그는 자신의 최고의 발명품으로 이 기술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차량용 77GHz 레이더 센서’를 2008년부터 독자 개발에 착수, 6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최초의 국산 차량용 레이더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그 실적으로 그는 2013년 및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100대 기술 및 주역에 선정되었고 2016년에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눈, '장거리 레이더'의 국산화


"감사합니다. 모든 것은 저와 함께한 50여 명의 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며 그분들께 공을 돌립니다. "

만도를 자율주행 핵심 부품 기업으로 우뚝 서게 한 정 수석 연구원은 이처럼 모든 공을 팀원에게 돌렸습니다. 

정 수석 연구원을 비롯한 만도 자율주행 연구진이 개발한 ‘초고주파 77기가헤르츠(GHz) 장거리 레이더’는 사람으로 치면 눈에 해당되며 미래 첨단 자동차 부품 산업의 성장 및 해외 신규 시장 개척에 꼭 필요한 자율주행 핵심 부품입니다.

초고주파 77GHz 안테나 및 RF 회로 설계 기술, 물체 감지 레이더 신호처리 및 제품 소형화 기술이 집약된 이 부품은 운전자 부주의나 야간, 악천후처럼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도로 위의 차량이나 보행자와의 충돌 시점을 사전에 예측하고 운전자에게 경보해주거나 긴급 자동 제동 명령을 수행함으로써 사고를 원천 예방하는 최첨단 지능형 안전 제품입니다. 2014년 상용화돼 현대·기아자동차의 제네시스 등 주요 차종에 탑재되어 있습니다.

 

뒤처질 수 없다는 절박함

해외의 선진 자동차 부품사들이 2000년대 초반 차량용 77GHz 레이더 및 카메라 센서를 Global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면서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및 자율주행 시스템이 상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국내의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사로서 자율주행 시스템 구현을 위해 조향장치, 제동장치, 현가장치 등 섀시 제품을 공급하던 만도가 자율주행 핵심 부품 기업으로서의 위상 확보를 위해 2008년부터 차량용 77GHz 레이더 센서를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하면서 정 수석 연구원이 팀을 맡게 된 것이 이 제품 탄생의 시작입니다. 이때는 제대로 된 측정 장비도 연구시설도, 인재풀도 없던 시기입니다.

2008년 첫 연구를 시작할 때는 팀에 다섯 명이 전부였습니다. 그때부터 정 수석 연구원은 레이더 인재영입에 적극 나섰습니다. 

 

"서울대와 포항공대, 광주과학기술원 등 
초고주파 및 신호처리 연구실이 
있는 대학은 어디든 찾아갔습니다."

인사가 만사인 법, 정 수석 연구원은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고 전국의 각 대학 연구소를 돌며 국내 석박사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직접 개별 인터뷰를 거쳐 학생들을 모집했습니다. 각 대학 인재들에게 레이더 관련 박사 학위를 취득할 때까지 산학 지원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노력 끝에 현재 국내 최고의 차량 레이더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한 이들은 지금 50여 명으로 불어나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만도의 차량 레이더 전문가로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을 넘어 레이더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사실 늘 기술의 진보를 주도하는 발명가들에게는 사연이 많은 법이죠. 정 수석 연구원과 팀에도 개발을 완료하기까지 숱한 고난이 있었습니다. 

 

"상용화 막바지에 접어들던 2012년, 
가장 큰 난관에 부딪히면서 눈물을 머금고 
상용화를 백지화해야 했습니다."

정 수석 연구원에게 실패를 안긴 것은 다름 아닌 ‘터널’입니다. 유럽이나 북미와 달리 우리나라는 탁 트인 평야가 드물고 산이 많아 터널 또한 많습니다. 터널은 레이더 전자파의 간섭과 왜곡이 심해 오동작이 발생했고, 철제 터널이 많아 프로젝트를 부득이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막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첫발을 내딛는 만도에는 큰 시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정 수석 연구원은 그 난관에 정면으로 맞섭니다. 실패 이후 전국의 모든 터널을 모조리 외울 정도로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끝에 3년 뒤인 2014년, 실패를 딛고 마침내 국내 최초 레이더 기술 상용화에 성공합니다. 그 결과 해외 경쟁사 대비 뛰어난 터널 인식 성능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외 많은 차량에 적용 중에 있습니다.

 

세상을 바꿔보자는 신념과 동료애가 만들어낸 값진 결과

차량용 레이더와 같은 자율주행 핵심 부품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한 2008년은 만도에게 의미가 있는 한 해였습니다. 외환위기 때 떠나보냈던 만도를 한라그룹이 되찾았고, 한라그룹은 미래 준비를 위해ADAS와 자율주행 같은 미래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만도 입사 후, 14년의 짧은 시간 동안 
국내외 100여 건 이상의 핵심 특허를 개발해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보다 세상을 바꿔보자는 신념으로 
함께 고생한 직장 선후배 동료 연구원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가족들의 격려가 많은 힘이 됐습니다."

국내 최초의 차량용 77GHz 장거리 레이더와 중거리 레이더가 상용화된 후 이는 곧바로 현대, 기아자동차에 주요 차종에 탑재되었고 북미 및 인도 등 완성차 업체 포함하여 국내외 수십여 개 차종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더구나 현재 장거리 레이더 및 중거리 레이더에 적용된 핵심 기술은 향후 근거리 레이더, 고해상도 이미지 레이더, 운전자 심박수 및 후석 승객 감지 레이더 등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기술적 바탕이며 향후 대한민국의 자율주행 부품 산업 성장 및 국가 경쟁력 제고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사람과 기술을 대하는 태도

“Your attitude decides your future (태도가 미래를 결정한다.)” 바로 정 수석 연구원의 좌우명입니다. 시대를 앞서는 발명품이 상용화가 되기까지에는 수 백 가지의 아이디어 발굴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어른이 될 때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와 마찬가집니다. 이 길고 지난한 과정에는 아이디어의 개발, 취합, 발전,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들과의 화합, 해낼 것이라는 믿음과 끈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 수석 연구원은 아무리 훌륭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엔지니어들이 화합해 끈기를 가지고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세상에 나올 수 없으며 여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태도’라고 강조했습니다.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 공학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발명은 곧 사람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이며, 
그 성공 여부는 ‘Attitude’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