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택배나 배달음식의 배송이 늦어 초조해한 경험이 있을 텐데요. 물건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구간인 라스트마일에서의 경험이 소비자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라스트마일에서 배송의 질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교통체증이나 좁은 골목, 아파트 단지 내 차량 진입 제한 등의 규제로 인해 일반 차량을 이용한 보편적인 배송에 불편을 겪는 일이 늘고 있어 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운송수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드론 등 새로운 운송수단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동력을 사용하는 소형 이동수단인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라스트마일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HL만도에서도 SPM 시스템을 독자 개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요. HL만도의 SPM 시스템인 ‘페달라이트’를 개발하고 있는 HL만도의 MDS BU 설계4실 1팀의 백인하 책임연구원(이하 인하), 민경현 책임연구원(이하 경현)을 만나 HL만도가 어떻게 SPM 시장 공략에 나섰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전기자전거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
HL만도의 SPM(Smart Personal Mobility) 사업은 전기자전거에서 시작했습니다. 전기자전거 ‘만도풋루스’를 개발하면서 무체인 시스템을 접목했고,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SPM 개발로 사업을 전환한 것인데요.
인하: 2010년부터 만도풋루스라는 1인용 전기자전거를 개발했어요. 이때 무체인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했고요. 이 무체인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는 신사업을 찾던 중에 기존의 도심 차량 운송수단을 대체할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각광받기 시작했고, 유럽에서 삼륜/사륜의 화물용 전기자전거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과감히 모듈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 페달라이트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HL만도는 마이크로모빌리티에 적합한 구동 시스템, 특히 전기자전거와 전기화물자전거, L-category(이륜자동차) 시장을 목표로 SPM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HL만도의 SPM 플랫폼, ‘페달라이트(Pedalite)’가 태어났죠.
백 책임과 민 책임이 몸담고 있는 MDS BU 설계4실 1팀에서는 12명의 팀원이 고객 요구사항 분석부터 시스템 설계, SW 개발, 검증 등 SPM 고객 기술 대응 및 시스템·전자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페달라이트는 어떤 제품일까요? 페달라이트는 물리적 연결이 없는 바이와이어(by-Wire) 기술 기반의 무체인 구동 시스템으로, 모빌리티의 설계 자유도를 높이고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성능과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경현: 페달라이트 시스템에는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는 ‘ePedal’과 출력과 안전성을 높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e-카고(eCargo Bike)에 특화된 고성능 모터, 사용자에게 시스템 정보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 장치 등이 페달라이트 시스템의 주요 구성을 이루고 있어요. 여기에 후방감지 추돌방지 시스템과 라이트, 부저, 턴시그널(깜빡이), 도난감지 등 전장 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BCU(Body Control Unit)와 고객사가 타사의 모터를 적용할 때 사용 가능한 분리형 모터 인버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HL만도의 페달라이트 더 알아보기
페달라이트가 도심을 누빌 날을 기다리며
페달라이트의 특별함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HL만도가 가진 기술력에 있습니다. HL만도는 2012년에 세계 최초로 By-wire 기술을 적용한 무체인 시스템 전기자전거를 양산했습니다. 이게 바로 앞서 말한 ‘만도풋루스’죠. 무체인 시스템은 체인이나 벨트와 같은 물리적인 기구의 연결이 없기 때문에 모빌리티를 설계할 때 높은 자유도를 가집니다. 또 SW를 통해 더 넓은 범위의 구동 특성과 기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경현: 페달라이트에 적용된 체인리스 시스템은 높은 설계의 자유도를 가진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에요. 또 페달라이트를 적용하면 전기자전거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사용할 수 있고, 도로 일시 주/정차나 일방통행의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등 자전거와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요. 또 운전면허나 보험 등 자동차보다 요구조건도 까다롭지 않죠. 때문에 2020년 초부터 매년 20~3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유럽의 전기화물자전거(e카고) 시장에서 무체인 시스템을 주목하고 있어요.
HL만도는 e카고 무체인 구동 시스템 시장에서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 시장을 이끄는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제 체인 시스템과 유사한 느낌을 내는 페달라이트의 ‘페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HL만도 기술력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데요. HL만도는 주관적인 느낌이 강한 ‘감각’의 구현을 위해 페달라이트의 사용 목적과 지역과 연령, 성별 등에 따른 라이딩 선호도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선호하는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독자적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페달라이트가 인정받기까지 어려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인하: 초기 페달라이트의 무체인 기술은 시장 트렌드보다 앞서간 기술이었어요. 초창기에는 무체인 제품이 전기자전거의 범주에 해당하는지 그 정의도 모호했고,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어려웠죠. 그래도 저희는 이 페달라이트 시스템의 가능성을 믿고, 재평가될 때를 대비해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페달라이트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여 가던 2022년, EU에서 무체인 시스템을 전기자전거로 인정한다는 공식 의견이 나왔습니다.
인하: EU의 발표 이후, EU 고객들이 먼저 저희에게 제품에 대한 문의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가 걸어온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인정받은 기분이었죠.
무체인 시스템이 전기자전거로 인정받은 뒤, HL만도는 2022년부터 매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유로바이크’를 통해 페달라이트 시스템을 세계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HL만도 부스에서는 페달라이트가 적용된 다양한 차량을 시승할 수 있어 전 세계에서 모인 바이어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매년 관심을 한 눈에 받고 있으며, 대부분의 평가도 긍정적입니다.
이제 페달라이트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HL만도는 현재 페달라이트 시스템을 적용한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안전성(Safety)을 개선하고, 시장성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경현: 제품의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트렌드를 읽지 못한다면 제품이 실제로 시장에 나서기가 어렵잖아요. e카고 시장이 성장률도, 가능성도 높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고객사가 스타트업 형태의 소형 업체들이기 때문에 경기불황의 영향을 크게 받아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고객사들이 페달라이트를 쉽게 양산에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가격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장성만 확보한다면 앞으로는 소형 자동차 대신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인하: 저희의 목표는 페달라이트로 도심 물류 배송용 e카고와 개인 이송용 ePassenger 모빌리티 분야의 구동 시스템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그 후에 트레일러 등 더 넓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으로 확장하는 거예요. 적용되는 근본 기술은 동일하기 때문에 관련 시장들의 성장에 맞춰 제품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오랜 시간 애정을 쏟고 개발해 온 만큼 페달라이트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던 두 사람과의 만남이었는데요. 높은 건물을 쌓기 위해서 튼튼한 지반공사가 필요한 것처럼,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 기술력을 탄탄히 다져 온 페달라이트가 모빌리티 시장에서 어떤 미래를 펼쳐 갈 지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