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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Believe in Me] 믿음이 만든 승리, 남희두의 끝없는 도전

여러분은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나요? 모든 일에 있어 믿음을 갖고 나아간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요. 그래서 HL이 여러분께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믿음을 갖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 첫번째 주자는 8번째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우승을 달성한 명문 구단 HL안양의 간판 디펜스, 남희두 선수입니다. 아이스하키에 입문부터 부상 극복, 우승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보았습니다.

 

아이스하키와 사랑에 빠진 소년

이 곳은 안양종합운동장 빙상장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HL안양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는데요. 이날은 아시아리그 23-24 시즌 이후 빙상에서 가진 첫 단체 훈련이었습니다. 차가운 얼음 위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 틈에서 오늘의 주인공, 남희두 선수를 만났습니다. 2019-2020 시즌 HL안양 입단 후 6년차로 프로 커리어의 정점에 서 있는 남희두 선수. 그의 아이스하키와의 첫 만남부터 들어봤습니다.

Q. 아이스하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남희두: 초등학교 체육 선생님이 아이스하키 감독님이셨어요. 체육 시간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 제가 눈에 띄었나 봐요. 아이스하키 한 번 해 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따라가서 봤는데, 너무 재밌어 보이고 하고 싶은 거예요. 그 길로 집에 가서 부모님을 졸랐죠. 부모님도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허락할 때까지 조르고 또 졸랐더니 결국 허락해 주셨어요.

그렇게 남 선수는 캐나다 유학과 경기고-연세대를 거치며 국내 아이스하키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으며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와 거친 몸싸움이 이어지는 아이스하키의 특성상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Q. 무릎 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겪었는데, 당시의 심경은 어땠나요?
남희두: 부상 직후에는 좌절감이 너무 컸어요. 수술 직후에는 화장실도 혼자 못 갈 정도였거든요. 다른 선수들은 중요한 경기에 출전해 기량을 뽐내고 있는데, 저는 병원에서 우두커니 지켜볼 수밖에 없으니까 좌절감이 배가 되더라고요. 병원에만 있다 보니 운동도 할 수 없고, 밥도 잘 안 넘어가서 체중은 10㎏ 가까이 줄어들고…. 어린 마음에 좌절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날이 갈수록 사람이 피폐해지는 게 느껴졌죠.

Q. 그럼 그 때의 좌절감을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남희두: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미쳤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는 바로 의사선생님께 찾아가 무작정 치료해달라고 보챘어요.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말이죠(웃음). 그날부터 매일 병원에 살다시피 하면서 오전에 치료받고 오후에는 상체 운동이라도 하려고 목발을 짚고 재활실에 가는 생활을 6개월정도 반복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몸이 변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멘털도 건강해지는 게 느껴졌고요. 그때부터 회복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어요.

‘내가 무언가를 해야지 변화가 따라온다’는 생각 하나로 6개월간 악착같이 재활에 매진한 남 선수. 복귀 후에 자신의 기량을 오롯이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에서 회복이라는 ‘일단 한다’는 마음으로 빠르게 부상에서 복귀할 수 있었다며 웃어 보이는 남 선수의 모습에서 단단한 멘털과 강한 자기 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슛을 쏘지 않으면, 득점도 없어

부상 위기를 넘고 프로 선수가 된 남 선수. 2019년 HL안양에 입단해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에서 연신 좋은 활약을 펼치며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로 발돋움했는데요. 아시아를 호령하는 명문 구단인 만큼 팬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Q. 프로 입단 후, 기억나는 경기가 있다면?
남희두: 아무래도 2022-23 시즌 플레이오프 파이널 5차전 경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때 연장 2피리어드까지 갔는데, 마지막 플레이오프는 슛아웃도 없이 연장전에서 골이 들어갈 때까지 진행되거든요. 경기가 길어지면서 에너지바나 이온음료도 부족해져가고, 다들 체력적인 부담도 엄청나게 느끼고 있었죠.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리그 7번째 우승을 차지했어요. 체력의 한계를 이겨내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남희두: 저희가 4차전에서 승리했으면 우승이었는데, 그 때 마무리를 짓지 못해서 끝까지 온 거잖아요. 5차전에서 지면 한 시즌동안 우승을 위해 준비했던 게 물거품이 되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긴 정말 싫었죠. 팀원들도 다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팀원들끼리 계속 “우리가 지금까지 준비해 온 걸 잘 하자”, “서로를 믿자”며 서로를 다독였어요. 감독님도 긴 말씀을 남기기보다는 저희 스스로가 준비한 것을 잘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필요한 말만 남기셨고요. 지금까지 해 온 훈련의 시간들을 믿고 빙판에 올라섰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승부, 몸도 마음도 지친 극한의 상황 속에서 느낀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 지 짐작도 되지 않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팀원들을 믿고 끝까지 나아간 남 선수와 HL안양 선수들은 당당히 아시아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Q. 정말 단단한 사람이네요. 이런 마인드셋은 평소 본인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을까요?
남희두: 네 맞아요. 저는 할까 말까 재 보는 걸 싫어하거든요. ‘하면 하고, 안 할 거면 말고’가 명확한 편이다 보니 운동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운동도 이왕 할 거면 100% 열심히 해야지, 대충 할 거면 왜 하지? 라는 주의입니다(웃음).
Q. 그런 성격이 경기 중에도 발휘되나요?
남희두: 그럼요. 경기 중에 ‘이건 내가 해도 된다. 욕심을 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망설이지 않고 슛을 쏴요. 조금이라도 자신이 없거나 불안하다면 슛이 나올 수 없어요. 근데 아이스하키 점수는 슛에서 나오잖아요. 패스 성공률이 100%여도 슛이 0이라면 점수가 날 수 없어요. 뭐가 됐든 일단 슛을 쏴야 퍽이 골대 근처로 갈 거고, 골이 들어가냐 마냐는 그 이후의 일이니까요. 할 수 있단 생각으로 망설이지 않고 슛을 쏠 수 있는 것, 그게 제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믿음이 있다면 후회도 없다

운동선수라는 본업 외에도 인플루언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남 선수. TvN의 ‘환승연애’에 출연하면서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요. 방송 이후에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경기장 밖의 일상생활을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남 선수는 갑작스러운 관심에도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Q. 방송 출연 이후로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 느끼시나요? 또 방송 출연 이후로 달라진 게 있다면?
남희두: 아이스하키가 엄청나게 인기 있는 스포츠는 아니잖아요. 저로 인해서 조금이나마 아이스하키가 알려졌다면 기분 좋은 일이죠. 제가 유명세를 얻었다고 해서 저라는 사람이 바뀌지는 않기 때문에 크게 바뀌는 건 없어요. 다만 HL안양에 소속된 프로 선수이기도 하고,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책임감은 있어요. 아무래도 행동 하나하나를 이전보다 더 조심하게 되고, ‘유명해지더니 운동에는 소홀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 그 전보다 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방송 나가기 전보다 퍼포먼스가 훨씬 더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엄청난 인기와 관심에도 불구하고 들뜨지 않고, 아이스하키 선수라는 본업에 대한 욕심도 놓치지 않는 모습이었는데요. 어느 한쪽에도 소홀하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남 선수의 근성과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Q.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 한데, 이 부담을 이기고 모든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인플루언서와 운동선수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잘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근원은 무엇이죠?
남희두: 정말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그럼요) 저는 남들이 주변에서 뭐라뭐라 하는 이야기에 휩쓸리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잘 할 수 있고, 계속 생각나는 직업을 가져야 후회도 안 남고 남 탓도 하지 않을 거거든요. 무슨 일이든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 같으면 무조건 시도는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렇거든요. 지레 겁먹고 안 하면 반드시 후회가 따라오더라고요. 아이스하키도 똑같아요. 제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운동에 매진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가 부담스러울 법한데도 자신이 해 보고 싶은 일이라면 일단 해 본다는 남 선수. 그렇다고 해서 시도에만 의의를 두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돋보이는 시간이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남희두에게 ‘믿음’이란?
남희두: ‘자신감’이다. 매사에 믿음이 있어야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있어야 스스로를 믿을 수 있거든요.

고된 훈련 뒤에 진행된 인터뷰였음에도 밝은 표정으로 눈을 빛내던 남 선수.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는 이의 단단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수없이 얼음 위에서 넘어지고, 경쟁자와 부딪히면서도 자신을 믿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남희두 선수의 질주를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