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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전기화재, 원인부터 잡아낸다. 해치(HAECHIE)

여러분은 전기화재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최근 몇 년 사이에 화성 전지 공장 화재, 부천 호텔 화재,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청라 전기차 배터리 화재 등 대형 전기화재 사건이 다수 발생하면서 전기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습니다.

전기화재는 전원을 차단하기 전까지는 물을 사용할 수 없어 진압이 매우 어려운 화재로 분류되는데요.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23년에 발생한 전체 화재(38,857건) 중 약 23%가(8,871건) 전기화재인 것으로 나타나 대비책이 절실한 상황이죠.

만약 전기화재를 전조증상부터 잡아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HL만도가 그 답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CES2025 혁신상을 수상한 아크 감지 센서, 해치(HAECHIE)인데요. 해치를 개발한 HL만도의 이곤재 책임을 만나 아크 감지 센서 개발의 시작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들어보았습니다.

전기차 캐즘 돌파구를 찾아서

해치의 시작은 한 카페에서 출발합니다. 친구와 카페에서 전기차 캐즘(Chasm*)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이 책임은 캐즘의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전기차 화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첨단 기술 제품이 소수의 혁신적 성향의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

"저는 대학원에서 반도체 센서를 전공했고, 친구는 화재 감지기 쪽을 개발하고 있어요. 각자가 잘 아는 분야에서 해결 방안을 이야기하다 보니 전기화재의 원인인 아크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뻗어간 거죠"

그렇게 아이디어를 정리한 이 책임은 HL Future Day 출품을 목표로 아크 감지 센서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임은 센서 제작은 물론 아크 발생장치를 손수 제작하며 해치 개발에 열을 올렸고, 2023년 HL 퓨처데이 신규사업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퓨처데이 행사에서 ‘ARC detection Sensor’에 대한 발표를 했어요. 처음 공개하는 거라 많이 떨렸는데, 발표가 끝나고 현장에 있던 모든 분들의 감탄하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요. 아이디어에 그치지 말고 사업화를 검토해 보라는 말을 듣고 그동안의 고생이 모두 씻겨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전기화재 잡아먹는 21세기 해치의 등장

드디어 세상에 나온 해치! 해치의 이름은 화재와 재앙을 막는 전설 속 동물 해치(해태)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는데요. 전기화재의 원인을 잡아냄으로써 전기화재를 원천 봉쇄하고, 화재와 재앙을 막겠다는 의미입니다.

“해치의 이름은 CTO이신 배홍용 부사장님께서 직접 지어 주셨어요. 화재를 막는다는 의미의 ‘마키’를 비롯해 여러 이름 후보들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딱 맞는 이름이 없어 고민하고 있던 때 부사장님께서 해치가 어떻겠냐며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화재를 막는 영물이라는 점에서 ‘이거다!’라고 생각해 바로 해치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좋은 이름을 선물해 주신 부사장님께 다시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해치의 가장 큰 특징은 화재를 감지하는 것이 아닌 전기화재의 원인을 감지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화재 감지기는 불이 난 후에 열이나 연기를 감지하여 알림을 보내는데요. 해치는 화재의 전조현상을 잡아내 화재가 일어나기 전에 현장을 점검할 수 있어 전기화재로부터 재산과 인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치는 어떻게 전기화재의 원인을 찾아내는 걸까요? 정답은 아크(Arc)에 있습니다. 아크란 전기가 흐르는 금속 사이의 공기 중에 방전되는 현상, 해치는 이 아크가 발생할 때 방사되는 특정 자외선을 감지합니다. 아크를 감지하면 발생 현장 및 관리자에게 알림을 전송해 화재 발생 전 현장을 점검하고 전원까지 차단할 수 있는데요, 차후에는 아크 감지 및 화재 위험이 높다고 판단될 때 해치가 바로 전원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책임은 해치를 개발하는 데 있어 오작동의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두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치가 정확하게 아크만을 감지해 위험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데요.

“화재 감지기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잦은 오작동으로 경보음에 무감각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그래서 해치를 개발하면서 오작동을 없애기 위해 성능에 가장 집중했습니다. 아크 현상을 연구하고 파장을 관찰해 특정 자외선만을 감지할 수 있는 고감도 기술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개발했죠.”

해치는 전기차 충전기, 전장 시스템, 배전반, ESS 등 전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전기장치/시설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작은 크기로 설치가 용이하고, 광범위한 영역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실제로 현재 판교 만도R&D센터를 비롯해 지역 사업장 4곳(판교 만도 R&D센터, 평택, 원주, 익산)과 여러 협력사에 해치를 설치해 운영 중이죠. 

HL만도 판교 R&D센터에 설치된 해치(좌)와 해치 모니터링 시스템 패널(우)

전기화재 없는 안전한 세상을 위하여

해치는 CES2025에서 Human Security for All 분야의 혁신상을 수상하고 현재 HL 부스에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CES 혁신상 수상 소식을 듣고는 혼자 주먹을 쥐고 속으로 ‘해냈다!’를 외쳤습니다. 가슴이 떨렸고, 전기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 우리만의 생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이 매우 뿌듯했어요. 배홍용 부사장님과 최한규 상무님을 비롯해 마케팅팀, 연구전략팀, 재료연구실 등 CES 출품부터 수상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해치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HL만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치를 상품화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이 책임은 해치가 이전에 없었던 제품이기 때문에 할 일이 아주 많다면서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해치는 벤치마킹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없어요. 저희가 새 길을 개척해야 하는 거죠. 대내외 관련기관과의 협업부터 마케팅, 제품 개발까지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웃음). 해치가 상용화되면 전기화재의 패러다임이 바뀔 거예요.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알림을 주기 때문에 실제 화재 발생 건수도 줄일 수 있고,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도 막을 수 있죠. 특히 전기자동차와 전기장치 화재 예방에도 해치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 캐즘 극복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곤재 책임은 이제 인류 안전이라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해치를 통해 갈수록 전기화(electrification) 되는 세상에서 화재 예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더욱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인데요.

“해치의 미래는 제가 퓨처데이에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로 대신하면 될 것 같아요. ‘우리가 꿈꾸는 HL(Higher Life), 우리 삶의 안전에서 시작됩니다. 해치! 화재가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해치와 HL만도가 만들어 갈 전기화재 없는 미래, HL Mobility Labs도 기대하겠습니다.